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데 이어 새누리당이 5대 노동관계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국회에서의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경제 재도약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입법은 빠를수록 좋다.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결짓지 않으면 안 된다. 여야의 입장차가 크지만 당리당략이 아닌 전체 국리민복을 잣대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해답 찾기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는 벌써부터 국민을 걱정스럽게 한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법안 발의에 대해 “IMF 사태를 초래한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강행 처리와 유사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제1야당으로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을 경계하는 걸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강행 처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여당의 법안 발의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대응 법안을 서둘러 내놓는 게 순서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새정치연합이 노동시장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노동개혁뿐만 아니라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법인세 인상 등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에 정부 및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단체 대표 등을 포함시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닐 뿐더러 노동개혁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다. 지연작전으로 노동개혁에 발목을 잡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요구다. 새정치연합은 하루빨리 당의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즉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옳다. 환노위는 여야 동수여서 협상에서 불리할 것도 없다.
새누리당은 입법을 조기에 완료하라는 청와대 주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 합의가 부실한 측면이 없지 않은 만큼 법안을 꼼꼼하게 심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권익과 관련한 야당의 요구는 진지하게 경청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 반영해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 측 입장을 지나치게 옹호하면 총선에서 노동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야당과 노동계에 밀려 졸속으로 입법하는 것은 경계해야겠다.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및 입법 과정에서 당초 개혁안이 크게 후퇴해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동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대야 협상을 진행하면서 노동계와도 꾸준히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사설] 노동개혁 입법, 지연작전도 졸속협상도 금물
입력 2015-09-18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