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연비와 실주행연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중고차 매매업체인 SK엔카직영은 ‘실주행연비를 제대로 측정해보자’는 의도 아래 지난해부터 실주행연비 소비자 시험단 ‘에코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고객 8∼10명을 선정하고 3개월간 자신의 차량 실주행연비를 스스로 기록해 제출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5기의 실주행연비 시험단이 운용됐고, 45대의 실주행연비 보고서가 제출됐다. SK엔카직영은 시험단을 선발할 때 월 1000㎞ 이상을 주행하는 고객을 선정하며 시험단에게는 월 10만원의 주유비를 지원한다.
2년간 시험단 45명의 3개월간 실주행연비 측정 결과 차량 45대 가운데 실주행연비가 공인연비보다 높은 경우는 15%인 7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7대 중 5대가 수입차였다. 폭스바겐의 소형 디젤 세단 뉴 제타 1.6과 골프, BMW의 소형 라인인 320d, X1, 118d, 현대차 YF 쏘나타와 투싼 ix의 실주행연비가 공인연비보다 높았다. 각각 2008∼2014년식 모델이다. 2006년식 현대차 그랜저 TG는 공인연비와 실주행연비가 9.4㎞/ℓ로 같았다.
실주행연비가 가장 낮게 측정된 차량 10대 중 7대는 국산차였다. 현대차 아반떼 MD와 엑센트 디젤, 기아차 K5와 뉴 프라이드, BMW 640d, 렉서스 CT200h 등이 저조한 실주행연비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가솔린보다 디젤 엔진 차량의 실주행연비가 높고, 국산차보다는 수입차의 실주행연비가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SK엔카직영의 시험단 측정치가 해당 차량 모델의 공식적인 연비는 아니다. 실주행연비는 고속도로와 도심 운행 비율, 개인의 운전습관 차이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험단의 측정에서 실주행연비가 좋았던 차량들은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았던 차량이다. 반대로 실주행연비가 낮은 차량들은 도심 주행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측정하는 자동차 공식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에 각각 55%와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연비다. 하지만 시험단의 연비는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생활하면서 측정한 실생활 연비라는 의미가 있다. SK엔카직영 관계자는 17일 “모든 변수를 과학적으로 통제한 객관적인 연비 측정은 아니더라도 실주행연비의 경향성은 볼 수 있는 참고자료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체들과 연비측정기관 관계자들은 연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실험실 연비인 공인연비와 복잡한 도로에서 달려야 하는 실주행연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개인 운전습관의 차이가 크다’고 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늘 공인연비와 다른 실주행연비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를 비판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도 연비 문제였다. 정부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연비 측정기준을 강화한 자동차 연비 공공고시를 오는 11월부터 본격 적용한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형 아반떼와 한국지엠 임팔라는 이 새로운 연비기준으로 측정된 연비를 고시했다. 신형 아반떼 디젤은 18.4㎞/ℓ, 임팔라 2.5 LT는 10.5㎞/ℓ였다.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이전 기준을 적용한 연비 측정치보다 낮아졌고, 실주행연비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단독] 45대 실주행연비 측정해보니 實연비 > 공인연비 45대 중 7대… 그나마 5대가 수입차
입력 2015-09-1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