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전 안 돌려주고 ‘꿀꺽’한 카드사들 그냥 둘 텐가

입력 2015-09-18 00:06
선물로 많이 받는 기프트카드는 무기명 선불카드다. 2002년 1월 처음으로 출시된 뒤 해마다 발행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편리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금액을 맞춰 쓰기란 쉽지 않다. 잔액을 모르거나 얼마 남지 않으면 그냥 처박아놓기 일쑤다. 정액 상품에서 구매자가 제공 금액을 다 쓰지 않는 이런 것을 ‘낙전(落錢)’이라고 한다.

기프트카드 낙전으로 신용카드사가 챙기는 수익이 연간 70억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오신환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8개 신용카드사의 기프트카드 수입 현황에 따른 것이다. 소유자가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다 사용하지 않은 잔액을 카드사가 가만히 앉아 모두 ‘꿀꺽’하고 있는 것이다. 현금성 상품인 기프트카드는 잔액을 확인하고 환급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스스로 환급을 포기하면서 낙전 수입이 발생한다. 현재 카드사들은 최종 사용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미사용액을 잡이익 등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렇게 거저 먹은 카드사의 낙전 수익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1년 51억5200만원, 2013년 63억50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70억원(77억3200만원)을 돌파했다.

낙전은 당연히 고객의 몫이다. 길에서 주운 돈은 주인을 찾아주어야 마땅하듯 기프트카드 잔액도 최대한 소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드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잔액을 확인하고 편리하게 환불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명세서에 잔액이 찍히게 하거나 일정한 금액을 사용했을 경우 모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잔액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회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고객 통지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낙전 수익을 막기 위한 금융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