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선물] 줄었다는데도 산더미, 국민 웃게 할 선물은 없나요… 그들은 풍성한 추석

입력 2015-09-19 02:08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분위기는 예년과 달라졌다. 의원회관 입구에는 의원실로 배달되는 추석선물 택배 상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예년에 비해 “30∼40% 정도 줄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원래 마지막 해는 선물이 적어”=올해는 19대 국회의원들이 맞는 마지막 추석이다. 지난 17일 의원실에서 만난 보좌진은 “작년에 비해 선물이 많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0∼40% 정도 적게 들어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A의원실 관계자는 “17대부터 국회에 있었는데, 원래 총선 직전 추석은 선물이 확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는 내년에 바뀔지도 모르는 의원들을 전부 챙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의원과 친분을 쌓은 기업이나 기관들 가운데 자택으로 선물을 ‘직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정가의 공공연한 뒷얘기다.

의원들끼리 주고받는 추석 선물은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에서 생산되는 농축산품 등 지역 특산물이 대부분이다. 지역구 내 상인이나 농어민으로부터 추석선물을 구입하면 지역구 관리도 되고, 추석 선물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원실에 도착하는 선물들도 대부분 과일과 건어물 등 중저가 선물이다. 그나마 올해는 의원들 간 주고받는 선물도 예년에 비해 줄었다고 한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과 함께 불경기의 영향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추석 낀 국감 탓도=추석선물 감소는 올해 국정감사가 추석을 사이에 두고 ‘분리 실시’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로 추석 연휴 이후 국감을 실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추석이 국감 중간에 끼어 있어서 선물을 보내기도, 보내지 않기도 부담스럽다는 것. B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이 시작된 후 맞는 추석이라는 것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며 “피감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국감 증인채택이 끝난 상태에서 더 잘 보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귀띔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국감이 진행되는 도중에 추석 선물을 보냈다가 괜한 구설에 오를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국감을 챙겨야 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국감과 추석 선물을 모두 챙겨야 하는 이중고를 호소하기도 한다. 한 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선물은 신경 쓸 겨를도 없다”며 “선물을 안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김영란법을 심사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해 선물을 받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의원들도 추석선물이 달갑지만은 않다. 한 야당 의원은 “명절 선물이 많이 들어오면 오히려 부담만 늘어난다”며 “차라리 모두가 안 주고 안 받는 문화가 정착되면 의정활동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올해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선물이 급감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추석 연휴가 26일 시작되는 만큼 선물을 보낼 시간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C의원실 관계자는 “다음 주면 선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텐데, 그것들 처리하느라 또 분주할 것 같다”며 “아예 김영란법을 더 강화해 명절 선물 관행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