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 예술센터 6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한국에서 온 31명의 예술단이 공연 피날레로 몽골 국가를 연주했는데, 연주자들이 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몽골 관객들은 “몸이 불편한 조건에서도 훌륭한 공연을 보여줘 좋았는데, 몽골 국가까지 연주해주니 더 감동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거듭되는 앙코르 요청에 한국 장애인예술단은 몽골 국가를 한 차례 더 연주했다.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국장협·이사장 최공열)는 지난 10∼15일 울란바토르와 종모드시에서 장애인 예술공연과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찾아가는 국장협 장애인문화예술학교’ 주관으로 열린 ‘2015 한·몽 장애인문화예술제’는 한국과 몽골 장애인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 부천 대구 광주 등지에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장애인 예술단원들은 사물놀이 전통무용 피아노 대금 현악 오카리나 등을 연주하면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당일 갑작스레 결정된 대금 연주와 전통무용이 어우러진 공연은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거주지가 달라 사전 연습을 할 수 없었던 두 예술인은 무대에 오르기 전 즉석에서 합동공연을 결정했고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한국 전통 미를 선사했다.
공연에는 몽골 장애인예술단도 함께 했다. 전통춤과 마두금 연주, 재즈 음악 등을 선보인 무대에서 관악기팀은 ‘아리랑’을 연주해 양국 문화교류의 의미를 살렸다. 피아노 독주를 한 한국 장애인예술단 최남수(24)씨는 “몽골 국가 악보를 일주일 전에 받아 연습하느라 힘들었지만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보람이 있었다”며 “몽골 장애인 연주자들의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자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예술제에 동행한 고기완(57)씨는 “내 딸이 장애인 친구들과 어려운 합주를 잘 해낼까 걱정했는데 평소 연습한 만큼 실력을 보여줘 무척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몽골 장애인들이 만든 공예품 미술품 등을 전시·판매했다.
이번 예술제에는 국장협 나눔봉사팀도 동행했다. 의료팀은 종모드시와 울란바토르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과·피부과 진료를 하고 치료약을 전달했다. 의료팀을 이끈 국상표(58·국상표내과 원장) 난치병아동돕기본부 희망센터 이사장은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주민이 많았다”며 환자들에게 증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강조했다. 의료팀은 손소독제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며 개인위생의 중요성도 알렸다.
최공열 국장협 이사장은 “6회째를 맞은 이번 예술제는 공연 수준도 높아졌고, 양국 장애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축제의 장으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비장애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글·사진 황병설 기자 bshwang@kmib.co.kr
한·몽 장애인, 따로 또 함께… 음악과 춤으로 하나된 무대
입력 2015-09-18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