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등급제는 1992년 한우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처음에는 육질 등급이 3개 등급(1·2·3)이었으나 1등급 한우가 늘면서 5개 등급(1++·1+·1·2·3)으로 세분화됐다. 등급은 근내지방도(지방함량),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의 세부기준에 따라 판정한다.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고기색이 선홍색일수록 좋은 등급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이다. 대리석 무늬처럼 퍼져 있는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어야 1++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이 많은 고기가 좋은 고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포화지방이 몸에 많이 쌓이면 건강에 좋지 않은데 왜 마블링 위주의 등급을 매기냐는 것이다. 소에게 풀이 아닌 곡물사료를 먹여 만든 인위적 지방질이 뭐가 좋으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축산농가에서는 마블링이 많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소들을 비좁은 축사에 몰아넣고 옥수수 등 곡물을 강제로 먹여 키운다.
며칠 전 국회 보건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문제가 제기됐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가 국민에게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지방을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어 식약처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의해 등급제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농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요지부동이다. 제도를 바꾸면 축산업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소비자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진짜 품질과 상관없는 서열식 등급을 고집할 게 아니라 고지방·저지방 식의 영양 정보를 다양하게 표기해 소비자들이 선택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사회적 대화가 유행이니까 생산자·소비자·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에서 보완책을 논의하는 것도 괜찮겠다. 계속 수수방관할 건 아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마블링 꽃등심의 수난
입력 2015-09-18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