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의 영화산책] 자녀의 인생독립을 응원하라

입력 2015-09-19 00:39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한 장면
강진구(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교수·영화평론가)
서양의 육아문화가 수입되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서양에서 엄마들이 포대기로 아기를 감싸고 다니는 모습이 각각 달랐다. 한국의 엄마들은 아기를 업어 키우는 반면에 서양의 엄마들은 아기를 안아 키운다. 아기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며 안아 키우는 서양의 육아문화는 독립적인 인간 성장을 지향한다. 반면에 아기를 업어 키우는 경우 아기는 엄마와 같은 시선을 갖게 되고 엄마는 아기를 자신의 일부 내지는 소유물과 같은 존재로 여기기 쉽다. 엄마와의 일체감을 형성하여 아기가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성장과정에서도 지속될 경우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친구를 사귀는 일에서 학업과 대학진학 그리고 결혼과 취업에 이르기까지 부모는 자녀의 삶에 개입하고 자녀를 부모의 삶 속으로 융합시키려는 오늘의 상황은 아이를 업어 키웠던 한국인의 문화유전자가 우리의 몸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에릭 락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장애인 부모가 비장애인 자녀를 독립시키는 과정을 그린 매우 새로운 가족영화인 동시에 성장영화다. 지금까지의 가족영화와 장애인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은 통합을 핵심주제로 내세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분열된 가족이 한마음이 되고 장애인과 그를 둘러싼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장애인가족영화의 확고부동한 틀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장애를 둔 부모를 떠나는 십대 자녀를 그리고 있다. 즉 성장을 위한 가족으로부터의 이별과 독립이라는 창조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목축업을 하는 벨리에 농장의 딸 폴라(루안 에머라)는 청각장애인 가족 가운데서 유일하게 음성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청각장애인 가족들에게 일상적인 삶은 폴라 없이도 가능하지만 정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문제는 폴라가 나서서 해결해주었던 만큼 폴라 없는 벨리에 가족은 상상하기 힘들다.

노래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된 폴라는 가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학교 음악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한편으로 프랑스 파리의 오디션 무대 위에 선다. 장애인 부모를 돌보기 위해 가족의 옆을 지키는 것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을 떠나야 하는 서로 다른 인생의 선택 앞에 폴라는 갈등할 수밖에 없다.

폴라는 오디션 무대에서 수화(手話)를 병행하며 프랑스 샹송계의 명가수 마이클 사르두(Michel Sardou)의 명곡 ‘비상(飛上, Je vole)’을 통해 장애를 가진 부모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노래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에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기독교의 부모교육에는 반드시 자녀를 떠나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과 군 입대, 유학과 직장, 결혼 그리고 죽음 등 자녀와 떨어질 날이 올 때 그것이 인간의 성장에 꼭 필요한 일임을 깨달아 슬퍼하기보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더욱 기도로 하나님의 돌보심을 간구할 뿐이다. 아브라함도 아버지의 집을 떠나(창 12:1) 믿음의 조상이 되었음을 기억할 일이다.

강진구(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