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의원은 참으로 아까운 정치인입니다… 속히 자연인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십시오.”
분양대행업자로부터 3억5000만원어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59) 의원에 대한 탄원서 서명운동이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역발전에 애썼고 깊이 반성하는 만큼 중형을 피하게 해 달라는 주장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의원은 21일 열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엄상필)의 공판준비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 제출을 목표로 하는 탄원서 서명운동은 박 의원의 측근인 지역 시·도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비록 죄는 중하나 이미 정계은퇴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큰 정치적 성장을 목전에 뒀던 정치인이 뜻하지 않은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했다. 또 “(박 의원이) 수사 초기 불법 정치자금과 고가 선물 수수에 대해 자수서를 통해 인정했다”며 “개전의 정을 참작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박 의원이 지하철 4호선 착공 등 교통인프라 구축에 힘쓴 일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남양주시의회 A의원은 지역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 자신의 이메일로 탄원 서명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경기도의회 B의원은 16일 “남양주 시민들은 박 의원이 하루라도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며 “자발적으로 서명을 받아다 주겠다는 시민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원이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반대 의견이 크다. 시·도의원들의 부탁을 받은 지역 단체들도 부정적 여론 때문에 공식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A의원은 비난 댓글이 달리자 호소문을 스스로 지우기도 했다. 시민단체 ‘남양주시의정감시단’ 관계자는 “시민들은 박 의원의 금품수수에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며 “지역을 위해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수사 초기 혐의를 인정했다는 주장도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박 의원 측은 수사 착수 이후 “부정하게 받은 돈이 없다” “친동생에 대한 수사일 뿐 의원과 무관하다”고 일관하다 지난 6월 말 증거인멸 정황이 공개된 뒤에 자수서를 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아까운 정치인 자연인으로 돌아오도록’… 지역 정가 ‘박기춘 탄원서’
입력 2015-09-17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