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만원짜리 기아 모닝의 자동차세는 7만9840원이다. 그렇다면 9975유로(약 1319만원)짜리 외제차인 폭스바겐의 자동차세는 얼마일까. 모닝과 비슷하다. 배기량이 각각 998㏄, 999㏄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배기량 기준으로 내던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바꾸자며 법(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심 의원은 “현행대로라면 값 비싼 외제차도 배기량이 낮으면 세금을 적게 내고 값이 싼 차도 배기량이 높으면 자동차세를 더 낸다.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심심하면 건드리는 게 자동차 관련 세금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고가 업무용 차량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업무용 승용차의 사적 사용을 제한하는 비용인정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등에 대해 연말까지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내려주기로 했다. 과세 형평, 경차 혜택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외부 시각은 다르다. 정부와 정치인이 자동차라는 특성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하능식 박사는 “자동차는 소비성향의 사치재인 데다 환경, 도로 이용 등 다양한 세금 유발 요인이 있다”며 “정부의 세수 확보에 누적 등록대수 2000만대를 돌파한 자동차만한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동차와 관련된 11개의 세금을 걷고 있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련 세금 종류가 많은 데다 세율도 높아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 부담이 외국에 비해 3∼10배 정도 많다. 한국조세연구원이 2006년 발간한 ‘자동차 분야 세제개편 영향 분석’ 자료에서도 주택 재산세는 가격 대비 0.15∼0.5%에 불과하지만 자동차세는 6.25%나 된다. 자동차 관련 세수가 국가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절대적이다. 2014년엔 14.7%를 차지했다.
사치재였던 자동차를 소비재로 전환해 세수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치재였던 대형 가전제품도 소비재가 되면서 내년 1월부터 개소세가 없어진다”면서 “자동차도 다를 바 없는데 여전히 개소세에 공채까지 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새로운 자동차 관련 세금 정책이 나올 때마다 서민 부담만 커진다는 것이다. 영업용 차량에 대한 세제 개편안 내용을 보면 공제율을 저가차나 고급차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저가차를 쓰는 영세 사업자의 부담만 키웠다는 얘기다. 한시적인 자동차 개소세 인하의 혜택도 고가 차량 구입자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심 의원의 개정안 내용도 문제가 있다.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모닝의 자동차세는 7만3200원으로 6640원 줄어든다. 옵션이 없는 소위 ‘깡통차’일 때다. 풀옵션일 경우 14만674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뛴다.
자동차 세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경제학자는 “국민 2.5명당 1대씩 보유한 셈이니 자동차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다”며 “정부나 정치인이 일한 티를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생각해봅시다] 자동차, 아직도 사치품?… 재산세보다 많은 ‘배기량’ 기준 車 세금
입력 2015-09-17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