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 줘 아쉬워요”… 90세 ‘기부천사’ 마지막 재산까지 선뜻

입력 2015-09-17 02:52

“보람을 많이 느껴요. 더 기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18년 전 12억원대 상가를 충북대학교에 기부했던 전정숙(90) 할머니가 마지막 재산까지 선뜻 내놨다. 전 할머니는 16일 충북대 윤여표 총장을 만나 충북 증평에 있는 3억원 상당의 토지와 상가 건물을 기탁했다(사진).

전 할머니는 “도움을 줬던 학생들이 어엿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마지막 재산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전 할머니는 충북의 대표적인 ‘기부 천사’였다.

음성군 감곡면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결혼 1년만인 스물한 살 때 남편이 사고로 실명을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와 생계유지라는 버거운 짐을 짊어졌다. 뜨개질부터 미장원, 화장품대리점 등을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았다.

전 할머니는 1972년부터 새마을부녀회와 대한적십자사 등 사회봉사 활동에 앞장섰다. 1992년에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자원봉사활동 7000 시간을 돌파했다.

전 할머니는 1997년 12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한파로 온 국민이 어려웠던 시기에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시가 12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충북대에 전달했다. 이어 2012년에는 1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윤 총장은 “숭고하고 순결한 뜻을 받들어 기부 받은 장학기금이 인재를 길러내는 데 소중히 쓰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