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이코노미席 앞에 비즈니스? No, 프리미엄 이코노미!… 국제노선 이코노미석의 진화

입력 2015-09-18 02:14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교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양질의 기내식을 제공한다. 이코노미에 30∼50% 정도 추가 항공운임을 지불해야 하지만 비즈니스 클래스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에 장거리 국제노선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코노미·비즈니스·퍼스트 세 클래스로 구분되던 항공기 좌석이 네 클래스로 분화되는 양상이다.

◇에어프랑스가 문을 연 국내 프리미엄 이코노미 시장=국내에서는 에어프랑스가 2011년 인천∼파리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처음 선보였다. 유럽풍 감각을 살린 세련된 디자인에 인체공학을 고려해 만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으로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좌석은 이코노비 대비 40% 정도 넓게 만들었다. 특히 앞뒤 승객의 좌석 기울기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청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코노미 앞쪽 공간에 자리 잡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객실은 편안하고 조용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3열에서 최대 6열까지만 좌석이 배치된다. 좌석에는 가죽 팔 받침대도 장착된다.

또 1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과 소음 차단 헤드폰으로 기내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영화와 음악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킨케어 용품이 포함된 여행용 키트와 양털 담요, 깃털 베개, 생수병과 여행가이드북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에 포함된다.

기내식도 차별화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메뉴, 디저트로 이어지는 풀코스 기내식이 제공된다. 식사와 함께 제공되는 와인·샴페인은 2013년 최고의 소믈리에 파올로 바쏘가 엄선한 것들이다.

기내뿐만 아니라 공항 서비스 이용 전반에 걸쳐서도 이코노미와는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은 최대 23㎏의 수하물을 2개까지 위탁할 수 있다. 체크인·탑승은 먼저 할 수 있도록 했다. 샤를드골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고, 수하물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혜택도 있다.

에어프랑스 관계자는 17일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승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여행객들의 니즈에 맞춰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다른 항공사들도 앞다퉈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하는 추세다. 에어캐나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지난 3월 인천∼밴쿠버 취항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비즈니스 승객에게만 허용되던 전용 탑승 수속 카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비즈니스와 동일한 저녁식사와 기내 편의용품까지 제공했다. 기존 이코노미 객실과는 커튼으로 영역을 구분했다.

루프트한자는 다음 달부터 장거리 노선 전 구간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운영하기로 했다. 올해 초 일부 구간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예약률이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자 확대키로 결정을 내렸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용객의 절반은 자비로 항공운임을 내는 경우고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서 항공료를 대주는 출장 여행객이라고 한다. 루프트한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 이코노미가 불편하다고 느끼면서도 본인 혹은 회사가 비즈니스 운임을 낼 생각이 없는 고객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항공도 오는 12월부터 싱가포르∼로스앤젤레스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추가하기로 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노선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항공은 기내식도 업그레이드해 갈비찜과 양고기 비리야니(인도식 볶음밥), 딤섬 등 고급 요리를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루프트한자와 싱가포르항공은 지난 몇 년간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추가 비용을 내면서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예약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비즈니스 승객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이탈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들의 운영 현황을 주시하면서 도입 가능성을 검토는 하고 있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