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감동 새정치연합, 혁신 이전에 화합이 먼저일 터

입력 2015-09-17 00:00
우여곡절 끝에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공천혁신안이 통과됐다.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토론을 한 뒤 비주류 측의 퇴장 끝에 박수로 통과된 것이다. 전 당원이 일치 단결해 혁신과 변화를 외쳐도 모자랄 판에 사실상 반쪽 혁신안이 돼 버린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표가 통과되지 않으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혀 재신임 여부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당내 일부가 뚜렷하게 정치적 불신임을 표시한 것이다.

분위기가 이럴진대 오히려 지금부터 제1야당에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동안 확정된 혁신안 내용을 볼 때 당내 제도나 공천권과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거나 신뢰 있는 수권 야당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비판이 훨씬 더 많다. 계파 갈등은 더 노골화됐고, 외부에는 이런 갈등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만 인식됐다. 워낙 당내 패거리 싸움의 뿌리가 깊고, 수준 이하여서 혁신안 내용이든,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든 국민들은 무관심했다. 도대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는,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쟁취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신세가 전락했다. 이러니 지지율이 25% 안팎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친노나 비주류 세력은 당내 갈등이 국민들에게 기득권 지키기 싸움으로 비치고 있는데 대해 심각히 생각해봐야 한다. 당내 싸움은 결국 자기들만의 이익 다툼일 따름이다.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여당과 행정부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 정치권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선도적 역할, 변화를 주도하는 정치세력 등 성실하고 신뢰 있는 야당의 모습이다. 지난 대선 이후 어느 것 하나 옳게 보여준 것이 없다. 계파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신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편을 나눠 서로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형국이다. 혁신안이 통과돼봤자 지금 수준으로는 총선이나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국민들이 아무런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정치꾼 집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우리 정치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제1야당의 맹성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