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美 대선] 샌더스, 정책방향 뚜렷… 트럼프, 개인 매력 의존

입력 2015-09-17 03:00

2016년 미국 대선 가도에서 돌풍의 주역은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부동산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이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에서 유력 후보들의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으며 대선 판을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 당의 ‘아웃사이더’라는 점과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다크호스’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선거전략에서 큰 차이가 있다. 샌더스 의원은 경제·정치·사회 현안과 관련한 뚜렷한 정책방향과 입장을 내세운다. 특히 부의 편중을 바로잡기 위한 조세·노동 관련 개혁 공약이 상대적 박탈감을 절감해 온 백인 중산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개인적 매력에 주로 의존한다. 그의 홈페이지에서 정책 관련 내용은 이민밖에 없다.

샌더스 의원의 주요 지지층은 진보 성향의 백인으로, 민주당원이라도 비백인이나 온건파의 지지도는 약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공화당원 중 연령·이념과 상관없이 지지층이 넓게 퍼져 있다. 극우 성향의 ‘티파티’ 멤버들 중 트럼프 지지도가 특히 강하지 않다는 것이 그 예다.

두 사람이 각 당의 기득권층에 주는 위협의 정도도 큰 차이가 있다. 저명한 여론조사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가 조세와 보건, 낙태 등 많은 부분에서 공화당의 정강이나 기존 정책 노선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에 ‘실존적’ 위기감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샌더스 의원의 입장은 민주당 내 진보파의 정책 노선과 95% 일치한다고 실버는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이 잘 짜여진 조직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면 트럼프는 방송 인터뷰와 출연 등 언론 노출에 의존하고 있다.

샌더스는 1991년 이후 줄곧 하원·상원의원을 해온 미 의회 내에서도 손꼽히는 원로 의원인 반면 트럼프는 선출직을 한번도 맡은 적이 없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