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에 ‘휘청’ 교육비 줄였다… 저소득층, 2010년 이후 ‘비중’ 역전

입력 2015-09-17 02:36

저소득층이 주거비 부담 때문에 2010년 이후 자녀를 위한 교육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은 교육비 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자녀 교육 투자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하위 20%(1분위) 가구보다 2.6배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포커스’에 따르면 학업 자녀가 있는 소득 2분위(하위 20∼40%)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주거비·교육비 비중이 2011년 역전됐다. 그 전에는 학원비 등 자녀 교육에 쓰는 돈이 더 많았지만 2011년부터는 전월셋값 등에 더 많이 지출한다는 얘기다. 소득 2분위 가구의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4.7%에서 지난해 12.5%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거비 비중은 13.5%에서 14.5%로 상승했다.

소득 1분위 가구도 지출의 교육비 비중이 2010년 13.3%에서 지난해 11.7%로 줄어든 반면 주거비 비중은 15.8%에서 17.1%로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종서 보사연 연구위원은 “소득 1, 2분위의 저소득계층은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주거비 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10년 이후 교육비 비중이 주거비보다 작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주거비 상승으로 교육비 지출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월셋값은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평균 전셋값은 2012년 1월 1억7100만원에서 지난달 2억13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 주거비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는 종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1%로 주거비 비중 8.8%에 비해 훨씬 많았다. 소득 4분위 가구(상위 20∼40%)도 교육비 비중이 14.5%, 주거비 비중이 10.4%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