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환경오염물질 농도 어릴수록 높다… 불량 장난감 원인 가능성 커

입력 2015-09-17 02:56

우리나라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의 몸속 환경오염물질 농도가 미국·캐나다 아이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추신경계 등에 손상을 주는 수은은 4∼6배, 호흡기·신장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카드뮴은 2∼5배 검출됐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몸속에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이 많이 축적돼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3∼18세 2397명을 대상으로 체내 환경오염물질 9종(납, 수은, 카드뮴,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대사체 5종)의 농도를 조사했더니 어릴수록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16일 발표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엔 영·유아 577명, 초등학생 914명, 중·고교생 906명이 참여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체내 오염물질을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혈중 납 농도(㎍/㎗)는 영·유아 1.34, 초등생 1.26, 중고생 1.11이었다. 1㎍/㎗는 혈액 0.1ℓ당 해당 물질이 1마이크로그램 들어 있다는 의미다. 혈중 수은 농도(㎍/ℓ)는 초등생이 1.93으로 가장 높았고 중고생 1.91, 영·유아 1.64였다. 대표적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의 혈중 농도(㎍/ℓ)는 영·유아가 2.33을 기록했다. 이어 초등생 1.5, 중고생 1.31 순이었다.

환경과학원이 이번 조사결과를 미국·캐나다의 비슷한 연령대 아이들과 비교했더니 체내 수은 농도는 4∼6배, 카드뮴은 2∼5배 높았다. 플라스틱 제품에서 나오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인 프탈레이트류는 2∼3배 많았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음식물과 보육시설 등 다양한 주변 여건이 영향을 줬겠지만 불량 어린이용품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난감·문구류 121개종에서 기준치의 수십∼수백배를 초과하는 환경오염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었다. 이 관계자는 “무엇이든 입으로 빠는 영·유아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불량 장난감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영·유아는 방어·면역 기제가 덜 완성돼 오염물질에 취약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