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전직 임원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담배 한 갑에 3원씩 ‘수수료’를 떼어 차명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5년5개월간 챙긴 돈은 6억원이 넘었다. 그 대가로 업체는 납품단가 유지와 협력업체 선정 등의 혜택을 누리는 ‘악어와 악어새 구조’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15일 KT&G 전 부사장 이모(60)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어 16일 공범인 KT&G 신탄진공장 생산실장 구모(47·1급)씨와 담뱃갑 인쇄업체 S사 대표 한모(60)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본격적인 뒷거래는 2007년 S사가 담뱃갑 인쇄방식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S사는 수출용 ‘에쎄’ 담뱃갑의 인쇄방식을 기존의 ‘열접착’ 방식에서 ‘UV(자외선) 전사’ 방식으로 변경했다. 제조원가가 절약됐지만 납품단가 역시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다.
S사 영업부장은 구씨를 찾아가 “인쇄방식 변경을 승인해주고 단가도 최대한 유지시켜 주면 담뱃갑 인쇄물량 한 장당 3원씩 쳐서 커미션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보고받은 이씨는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제조본부장으로 있던 2010년 7월 S사를 KT&G 협력업체로도 지정해줬다. 협력업체가 되면 KT&G로부터 재료비·노무비 등 제조원가와 이윤을 보장받는다.
S사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지로 수출되는 물량에 3원을 곱해 매달 뒷돈을 정산해줬다. 이렇게 2007년 5월∼2012년 10월 모두 6억2700만원이 지급됐다. 이씨는 이를 S사 영업부장에게 맡겨 차명주식 형태로 관리하게 했다. 그는 퇴직을 앞둔 2012년 11월 “이제 돈은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해 이듬해 2월까지 900만원을 별도로 챙겼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에쎄 1갑당 3원씩… KT&G 임원 뒷돈
입력 2015-09-17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