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창출 구호 무색해지는 중진공 채용 비리

입력 2015-09-17 00:00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013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수차례 조작한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당시 서류전형에서 170명을 뽑기로 한 공단은 2299위를 차지한 A씨의 자기소개서·경력 점수를 높여준다. 그래도 1200위에 머물자 어학점수 등을 또 고친다. 그럼에도 176위에 그치자 장애인 채용 확대 명분으로 서류전형 인원을 174명으로 늘려 A씨를 통과시킨다. 대신 우수 성적자 3명(8·50·63위)을 탈락시킨다. 하지만 2차 면접에서 외부위원이 합격에 반대해 불합격으로 잠정 결정된다. 그런데 박철규 공단 이사장이 인사팀에 지시해 결국 최종 합격자 36명에 포함시킨다. 대명천지에 이처럼 황당한 일이 준정부기관에서 벌어졌다니 어이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이 중진공 인사 비리에 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드러났다. 문제는 왜 이런 심각한 비리가 발생했느냐다. 공단 채용 총괄부서장은 박 이사장에게 “(A씨에 대해)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고, 박 이사장은 “잘 봐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9년부터 4년여간 경산 지역구 사무실의 인턴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이런 연유로 이 의원은 최 부총리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최 부총리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다.

이 사건은 청년실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응시자 3명의 취업 기회마저 앗아간 범죄인 만큼 청탁 배후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검찰이 배후를 신속히 밝혀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이자 중진공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이었던 최 부총리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노동개혁이나 일자리 창출 구호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