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의원 배지를 노리는 고위공직자들의 ‘선거 명퇴(명예퇴직)’가 잇따르고 있다. 다음 달부터 고위공직자·자치단체장들의 명퇴·사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공직자들의 이탈로 인한 행정공백도 우려된다.
정태옥(54)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사유로 퇴직을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행정부시장에 취임한 정 부시장은 내년 총선 대구 북구갑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정 부시장이 직접 출마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앞서 안국중(55) 전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3급)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7월 대구시를 떠났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5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1년부터 15년 동안 대구시에서 근무한 안 전 국장은 대구 달서구갑 출마를 공식화하고 새누리당 공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영(51) 경기도 행정1부지사도 최근 명퇴를 신청했다. 박 부지사는 퇴직 후 수원 쪽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명퇴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이인선(56·여) 경북도 경제부지사도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경북도 안팎에서는 이 부지사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심학봉 의원의 경북 구미갑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의 출마·사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는 곽대훈 달서구청장과 임병헌 남구청장, 부산은 오규석 기장군수와 송숙희 사상구청장, 대전은 한현택 동구청장과 허태정 유성구청장, 인천의 경우 김홍섭 중구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상 선출직을 제외한 공직자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 퇴직을 해야 한다. 선출직은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면 120일,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일반 공무원과 같이 90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일반 공무원은 내년 1월 14일까지, 선출직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사퇴하면 된다.
퇴직 법정 기한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선거운동을 위한 조직도 만들고 얼굴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일찍 명퇴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당의 경선 등 공천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무더기 이탈에 따른 행정 공백으로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 정 부시장이나 안 전 국장의 경우 오래전 출마설이 나올 때부터 행정 업무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 때도 구청장의 시장 출마로 부구청장이 청장직을 대행했던 구청은 사업 추진 등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곧 그만둘 사람들이 행정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겠냐”며 “일부 진급 대상자들은 자리가 생겨 좋을지 모르겠지만 행정 공백은 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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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선거 명퇴’ 시동… 행정공백 우려
입력 2015-09-17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