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구상나무(사진)가 사라지고 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내 구상나무 숲 면적 1200㏊ 가운데 800㏊가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으나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에 의한 적설량 감소, 겨울철 건조현상, 강력한 태풍, 집중호우 등에 의해 고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가야산·지리산·덕유산 등에만 자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수종이다.
산림청이 한라산 영실지역의 구상나무림 영구 조사지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최근 15년간 고사한 구상나무는 31.6%(994본 중 314본)에 달했다. 최근 5년(2009년∼2014년) 동안에는 15.4%(804본 중 124본)의 구상나무가 고사했다.
도는 앞으로 기상이변 등 구상나무의 고사원인이 다양해지면서 피해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직전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IUCN은 이미 2011년 구상나무를 ‘멸종우려종’으로 분류했다.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구상나무 보존원 조성과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 실무위원회 구성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구상나무를 증식하는 인공 숲인 구상나무 보존원을 조성했지만 그 면적이 1㏊에 불과해 대규모 복원에 대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의 체계적 보전과 지원을 위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도 관계자는 “구상나무는 제주를 대표하는 나무이자 한국 특산종으로 학술·경관·자연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보전·복원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한라산 구상나무 멸종 위기… 15년간 32% 고사
입력 2015-09-17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