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덕(46·수원시 팔달구 지동)씨는 통증이 너무 심해 죽음보다 더 무섭다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을 14년째 앓고 있다.
2001년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한 사람에게 깔려 허리가 골절되고 디스크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술을 몇 차례 받았지만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박씨는 한참 후에야 수술 후유증으로 CRPS 환자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통증과의 길고 질긴 싸움이 시작됐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받은 허리수술만 12차례. 올해도 벌써 3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또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박씨는 “통증이 심할 땐 정신을 잃기도 한다. 통증 완화를 위해 몸에 전기자극기를 달았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어 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부 안에 약물주입기를 넣는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통증이 올 때 주입기를 통해 척수에 약물을 넣으면 신경에 곧바로 작용해 고통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통증이 30%만 줄었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술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2급 장애인인 박씨는 아내, 4명의 자녀와 월 160만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재혼으로 만난 아내는 척추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가슴 아래가 마비된 1급 장애인이다. 박씨와 아내는 둘 다 수술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됐고 둘 다 1남1녀의 자녀와 함께 배우자로부터 버림받았다.
박씨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지금의 아내를 우연히 알게 됐고 서로 의지하며 말벗이 됐다”며 “아이들도 서로 친해지자 같이 살자고 졸라 4년 전 결혼했다”고 말했다.
몸은 아프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지만 박씨 가족은 늘 웃으려고 노력한다.
“모이면 웃고 떠들어요. 그러다보면 통증을 잊어요.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아파도, 슬퍼도 웃는 거지요.” 박씨는 “착한 아이들이 어서 직장을 갖고 잘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이고 희망”이라고 말했다.수원=글·사진 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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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여는 행복] 허리 수술 12회… “통증 30%만 줄었으면”
입력 2015-09-17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