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가로수길, 홍대앞, 경리단길이 뜬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곳에서만 느끼고 맛볼 수 있는 독특함이 있어서다. 인사동의 전통, 가로수길의 예술, 홍대앞의 문화, 경리단길의 이국적 느낌 등 저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사동, 가로수길, 홍대앞 고유의 특색은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이 점령한 획일화된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이들 거리는 개성 만점의 공방, 갤러리, 카페, 클럽 등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장사를 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인사동 문화’ ‘홍대앞 문화’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사람들이 몰리자 건물주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인사동의 경우 중심 도로변의 33㎡ 점포 한 달 임대료가 800만∼9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게 되고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점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라는 단체까지 생겼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쓴 용어로, 영국에서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중산층이 이주해 오면서 지역의 구성과 성격이 젠트리(gentry·신사)로 바뀐 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독특한 지역문화를 파괴한다. 인사동이나 홍대앞이 다 거기서 거기면 굳이 그곳을 찾을 까닭이 없다. 인사동은 인사동다워야 하고, 홍대앞은 홍대스러워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서울 성동구가 최근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의결한 데 이어 서대문구도 이대골목주민연합 건물주 등과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맺었다. 이런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돼 맘상모가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젠트리피케이션
입력 2015-09-1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