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 출국 불허… 법원 “재산 은닉·해외 유출 우려”

입력 2015-09-17 02:55
지난해 고액체납자 순위 4위에 오른 정보근(52) 전 한보철강 대표이사가 출국금지를 풀어 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정씨는 국세 2225억여원을 체납하고 해외 도피 중인 정태수(92) 전 한보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재판부는 “재산을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출국을 불허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정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씨는 1997년 한보그룹 부도 이후 지금까지 증여세 639억원 등 세금 1029억원을 체납한 상태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개인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법무부는 국세청 요청으로 1997∼2006년에 이어 2013년 6월 정씨에게 재차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출국금지 기간은 6개월마다 계속 연장됐다. 정씨는 “세무 당국이 재산을 모두 압류해 더 이상 (내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며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씨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할 때 정씨가 한보그룹 부도 이후 재산을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외국으로 옮길 우려가 있다”며 출국금지 및 연장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아버지와 동생이 한보그룹 부도 이후 막대한 재산을 다양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숨기고 해외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로 출국해 이들과 다시 접촉하면 가족의 은닉재산을 도피시킬 방안을 물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는 18년간 세금을 770만원만 냈다”며 “준법의식과 납세의지가 결코 높아 보이지 않고, 이 역시 재산 은닉·도피 가능성을 추정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태수 전 회장은 2006년 횡령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5월 출국금지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해외로 나간 뒤 입국하지 않고 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