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이제 정복 가능한 질환입니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이겨내면 됩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의 대가로 평가받는 김동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치료의 중요성과 완치의 희망을 주기 위한 ‘제 5회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날(CML Day)’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13일 반포 한강공원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CML 환우와 가족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과 루산우회(CML 환우회) 함께 개최됐다. 탤런트 최석구씨의 사회로, CML 연구 및 치료의 권위자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의 강의, 환우와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수원여대 대중음악과 이정식 교수의 색소폰 공연,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지난 일년을 돌아보는 영상, CML OX퀴즈대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됐다.
올해는 5회째 맞는 행사를 기념해 ‘한강 3㎞ 달리기 대회’를 반포 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개최했다. 참가자는 약 3㎞의 코스를 환우와 함께 뛰면서 어려움과 희망을 나눴다. 한 환우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우들에게 힘을 주시는 김동욱 교수님 그리고 환우들과 3km 코스를 완주해 뜻깊은 시간이 됐다”며 “주치의 말을 준수하고 치료제만 꾸준히 복용하면 우리도 건강한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참가비 전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연구에 힘쓰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연구자와 의대 교수들을 위한 교육·연구기금으로 쓰인다.
그동안 백혈병 하면 불치병으로 여겨져 왔지만,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지난 10년간 효과적인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급성백혈병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장기 생존이나 완치까지 가능해졌다. 그러나 치료를 소홀히 하면 병이 악화돼 결국엔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한다.
올해 열린 행사에서는 최근 치료제 동향 등에 대한 심도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1세대 치료제 글리벡, 2세대 치료제인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국산 신약 슈펙트 등을 비롯해 3세대 치료제인 이클루시그에 이어 4세대 신약까지 등장해 환자들에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세대 신약으로는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ABL001’이 있다. 이 신약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전 세계 10개 병원에서 동시에 임상을 시작했다. 김동욱 교수는 “임상 진행 중인 4세대 표적항암제는 6개월 이상 투여환자(다른 약제 내성 환자들)에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산약인 슈펙트는 올해 말 1차 치료제 허가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CML 줄기세포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획기적 신약이 개발단계에 있다.
환자들에게 관심이 되고 있는 2세대 표적항암제 중단연구에 대한 결과도 발표됐다. 김 교수는 “글리벡 중단연구에서 환자 156명 중 109명이 현재까지 치료를 받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장기 복용 환자들이 항암제 복용을 중단해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강연에서는 여성 환자들의 임신에 대한 궁금증 등을 해소 할 수 있는 정보의 장이 되었다. 또 각 표적항암제의 주요 부작용을 설명하여 약제에 대한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는 시간이 됐다. 한편 CML 데이는 40대 이후 성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CML이 9번, 22번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혈액암이라는 점에 착안해 매해 9월 22일 전후로 정해졌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CML은 정복 가능한 질환”… 희망·용기 재충전
입력 2015-09-21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