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청계산 인근 찻집과 전국 사찰, 기업체 등에서 환자들에게 침과 주사기 등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한 조모(60)씨.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말기 암환자에게 증류액과 마취제를 섞은 액체를 속여 팔았다. 그는 환자들에게 자신을 ‘3대째 의료행위를 하는 집안 출신’이라는 점으로 자신을 거짓 포장하며 전국 각지 사찰과 기업체 등을 돌며 강연하고 침을 시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치료는 충격적이었다.
무면허인 조씨는 침에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발라 환자에게 시술했다. 암환자는 통증과 사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취제가 일부 효과를 보인 것. 환자들은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고, 이로 인해 입소문이 나며 조씨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이 무려 440명에 이르게 되었다. 심지어 조씨가 일부 환자들에게 투여한 약은 산삼이나 인삼가루를 보드카로 증류한 액체에 리도카인과 섞은 것으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약이다. 일부 환자 중에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마지막 끈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맡긴이도 있었지만, 효과도 없이 생을 마감한 이도 있었다.
또한 자신을 한의사라고 속여 억대의 돈을 가로챈사기꾼도 있다. 박모(64)씨는 한의사 면허 없이 한약을 제조, 판매하고 치료비를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무허가 진료소에서 환자들에게 자신이 지어준 약을 먹으면 완치된다고 환자 13명으로부터 약 1억4000여만원을 챙겼다.
최근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는 말기암 등 중증의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암에 좋은 보약’, ‘암세포가 없어지는 기적의 약’이라는 등의 홍보문구를 걸고 임상 근거가 없는 약을 파는 업자들도 있다. 암환자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병이라는 이유로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를 악용해 암환자들의 환심을 사서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는 약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팔아 치우는 사기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의학적 근거가 없는 건강보조식품, 건강식품 등을 팔아 절박한 암환자들에게 돈을 가로챈 사기꾼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암 전문의는 “근거가 없는 건강식품이나 약을 먹을 경우 독성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다”며 “암은 질병이기 때문에 병원에 와서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수술을 받거나 적절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근거없는 사기꾼에 속아 치료를 하지 않거나 늦춘다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윤형 기자
[암과의 동행] 암환자 상대로 이럴수가… “돌팔이 주의하세요”
입력 2015-09-2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