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박지원(가명·55세)씨는 당뇨, B형간염으로 만성질환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어느 날 신문을 통해 현재 복용 중인 처방약 특허가 만료되면서, 동일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이 100여개나 출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병원에 들러 의사에게 “복용하던 치료제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담당 의사는 “지금 처방되는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저렴한 약값에 약을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박씨는 고민에 빠졌다. 같은 저렴한 값이면, 동일 성분이라고 해도 오리지널을 복용하는 것이 제네릭을 먹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가격도 떨어진다. 때문에 의사에게 “이왕이면 오리지널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몸이 아플 때 먹는 약도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똑똑한 환자들이 늘어나며 약에 대한 ‘결정권’도 높아지고 있다. 즉, 내가 먹는 약은 내가 파악해 의사와 논의해 선택하겠다는 것. 그렇다보니,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에 대한 차이점, 의약품 제조사 등을 파악해 약을 복용하려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차이점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환자는 어떤 약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까.
오리지널의약품은 최초에 개발된 약으로, 일정기간 특허로 보호를 받는다. 반면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면 간단한 실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일종의 복제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제네릭을 오리지널과 주성분, 안전성, 효능 등이 동일한 의약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언뜻 보면,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포장만 다른 똑같은 약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약은 개발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는 차이가 있다. 오리지널의 경우 임상3상까지의 철저한 검증절차를 밟고 평균 10여년의 시간을 소요해 만든 의약품이다. 반면 제네릭은 여러 단계에 거친 임상시험을 모두 생략하고, 건강한 지원자를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시험약(제네릭)과 대조약(오리지널)을 각각 투여하고, 또 바꿔 투여한 뒤 혈액을 채취해 약물농도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시험)을 거친다. 여기서 약효가 오리지널의 80∼125% 범위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생동성시험은 한계점도 있다. 시험 과정에서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들이 복용했을 때와 효과 및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동일한 품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오리지널을 분해해 그 생산방식을 알아낸 뒤 만든다 해도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며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유사 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네릭이 많이 처방되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제네릭 가격이 오리지널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높기 때문인 것. 물론 제네릭은 오리지널약에 비해 가격이 낮다. 하지만 특허만료된 오리지널 약값 역시 제네릭 출시 이후 약가가 떨어진다. 한국의 보험약가제도에서는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만료 첫 해에 오리지널 약값을 기존 약값의 70%로 깎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면 제네릭 보험 상한가와 같은 53.55%로 인하하고 있다.
한편, 올해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며, 제네릭들이 앞다퉈 출시될 예정이다. 릴리의 ‘알림타’가 5월 가장 먼저 특허가 만료됐고, 9월에는 릴리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가, 10월에는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쿠르드’ 등이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시알리스와 바라쿠르드 약물은 벌써부터 특허 만료 이후 줄줄이 나오는 제네릭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값비싼 항암제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6년 벨케이드, 타쎄바, 이레사, 2018년 허셉틴 등이 만료돼 관련 한미약품, 보령제약, 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들 사이에선 오리지널약이 제네릭보다 처방에 있어 우세한 편이다.
똑같은 약이라면 오리지널을 선택할 것인가, 제네릭을 선택할 것인가. 환자와 의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장윤형 기자
[암과의 동행] 오리지널이냐 복제약이냐… “생산-출시 과정 알면 선택은 쉬워집니다”
입력 2015-09-21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