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야기] 높아도 너무 높은 보험적용 문턱

입력 2015-09-21 02:48
암환자들에게 생명연장에 도움이 되는 ‘항암제’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 ‘암(癌)’.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무늬만 ‘보장성 강화’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 희귀질환으로 인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증가하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높다. 실제 2014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건강보장정책 우선순위를 위한 주요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분석’ 결과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4조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에서 암환자들에 대한 보장은 확대됐을까. 답변은 ‘아니오’다. 실제 올해 6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4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에서 항암제 급여가 암환자의 보장성 강화에 주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항암제의 보장성과 환자접근성, 항암제 보험급여 지연 등이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국회차원에서도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상설기구의 설치를 권고하고 암환자 보장성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암환자들에게 생명연장에 도움이 되는 ‘항암제’는 값비싼 가격으로 인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 청구된 항암제 약품비는 2014년에는 8231억원이다. 요양기관에 공급된 항암제 규모가 1조34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014년 비급여로 공급된 항암제 약품비는 최대 211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지난해 항암제 약품비 중 약 25%에 해당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환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보다 보장성이 크게 확대돼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약품비 중 암질환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비중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가의 항암제의 허가 및 보험급여 적용 기준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0년 이후 표적항암제 19개가 보험급여 승인이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0.4개월(2.5년)로, 해외 선진국 20여개국의 평균 1년과 비교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암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이후 보험등재까지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평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등 행정적 절차로 인해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약을 필요로 하는 암환자 중 상당수는 보험급여를 통한 약물 복용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잴코리 등을 포함해 획기적 치료제는 정부에서 허가, 지원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의 경우 고가이면서, 특정 환자에게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보험급여 등재가 어려워지면서 좋은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현재 신약의 보험급여 제도 하에서 비급여로 결정되는 표적항암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에서는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비용효과성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때문에 보수적으로 급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여전히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보장성은 미흡한 실정이다”며 “환자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및 항암제의 혜택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경제성평가 면제 등 보험급여과 관련된 실행이 가속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항암제 치료에 필요한 보험급여 적용은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