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우리는 언제든 핵뢰성(핵+뇌성)으로 대답할 만단(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위협에 이어 나온 이번 언급은 4차 핵실험에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8·25남북합의’에 따라 완화되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만약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뒤이어 핵실험에 착수할 경우 남북관계 급랭은 물론 미·중 등 한반도 주변국과 국제사회마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 정책에 매여 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각종 핵무기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2013년 4월 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이 핵무기 생산 의지를 공개 천명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원자력연구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따라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5㎿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조절 변경됐다. 재정비돼 정상가동을 시작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2013년 2월 핵실험 직후 ‘자주의 핵뢰성을 울렸다’고 표현하는 등 핵실험 때마다 ‘핵뢰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 인터뷰에서 핵무기 수준 제고까지 언급하면서 제4차 핵실험 실행의지와 함께 탄두 소형화 등 핵무기 개발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인터뷰 영문 보도에서 ‘핵뢰성’을 ‘핵무기(Nuclear Weapon)’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일련의 핵개발이 미국의 적대 정책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원자력연구원장은 “우리를 핵 보유로 떠민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제도 전복을 내놓고 추구하는 보다 노골적이고 비열한 수법들로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전문기관과 언론들은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활동이 포착되었다느니, 영변지구에서의 핵 활동이 우려된다느니 하고 떠들어 대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국제사회와 공조해 기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조치를 더욱 격상하는 등 강력 대응키로 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전략적 도발을 가해올 경우 관련국과 긴밀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5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강력 규탄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뒤 배포한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북한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강준구 남혁상 기자 eyes@kmib.co.kr
北 “핵뢰성으로 대답”… 핵실험 시사
입력 2015-09-16 03:05 수정 2015-09-1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