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명령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역사전쟁’으로 번지는 와중에 법원이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수정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국정화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인정 체제를 유지해도 교과서의 오류를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게 됐으니 굳이 국정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지대운)는 15일 한국사 교과서 6종 집필진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재량권 범위 안에 있으며 절차도 적법하다고 봤다.
한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은 2013년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거나 내용상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 교학사 교과서에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 외에 좌편향 논란에 휩싸인 교과서 7종도 함께 수정토록 명령했다. 금성출판사와 두산동아 등 6종 교과서의 집필진 12명은 교육부가 교과서 검정에 준하는 적법 절차 없이 사실상 특정 사관의 반영을 강요하는 수준으로 수정을 명했다며 수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었다.
이 판결은 국정화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정화 찬성 측의 명분이 약화됐다는 시각이 많다. 찬성 측은 “검정 시스템 강화로는 편향성과 오류를 바로잡기 힘들다”며 국정화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출판사와 집필진이 소송으로 대응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10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교육부는 지난 7월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강화했다. 한 차례이던 본심을 1·2차로 세분해 2차 심사에서 수정·보완 지시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오류를 잡아낼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데 갈등을 야기하면서 국정화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수들의 집단 성명은 계속 잇따르고 있다. 이날 부산대 역사 관련학과 교수 24명 전원이 성명을 내고 “국정 교과서 제도는 일제 식민통치 체제와 유신 때만 있었던 독재 권력의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역사 전공을 포함한 덕성여대 교수 40명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고려대 인문사회계 교수들은 16일 국정화를 반대하는 교수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역사계열 교수 20여명과 함께 인문사회계열 교수 14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도경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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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도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은 적법”… 국정화 명분 약화될 듯
입력 2015-09-16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