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등급 상향 의미] 역대 최고등급… 탄탄한 경제 공인

입력 2015-09-16 02:40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5일 전격적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한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신용도를 인정받았다. 2010년 4월 외환위기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한 지 5년여 만이다.

◇경제 안 좋다는데, 역대 최고 신용등급?=S&P의 등급상향 이유는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S&P는 향후 3∼5년 동안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질성장률을 연 3%로 추산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2018년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S&P는 또 국가 재정상황 역시 2000년 이후 통합재정수지가 대체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봤다. 순채권국으로 대변되는 우수한 대외건전성도 등급상향의 한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은 급감하고 있고, 국가채무는 내년 50조원가량 늘어 6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세계경제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S&P도 “한국이 올해 수출이 부진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대내외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 좋은데 의아하긴 하다”면서 “S&P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외환보유고 등 다소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객관적 지표에서 점수를 많이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에 훈풍 불까=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로부터 ‘AA-’ 이상 등급을 부여받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22개국에 불과하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와 같은 Aa3로 매겼다. 또 이번 등급 상향조정으로 한·중·일 3개국 중 우리나라 신용등급 평균이 가장 높아지게 됐다. 2014년 이후 S&P로부터 ‘AA-’ 이상 등급으로 상향조정된 국가도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정부는 한껏 고무됐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금리인상 전망,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대다수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정도로 3대 신용평가사 중 (등급 평가가) 엄격하다”며 “남북관계 진전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상향이 수출 개선 등 우리 경제에 직접적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변 실장은 “대중 수출이 줄어드는 등 수출입 여건이 좋지 않고 재정상황도 좋다고 볼 수 없다”면서 “우리 경제를 살릴 대형 호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