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빗나간 교육열과 지역별 교육 편차 때문에 ‘위장전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학교를 옮기려고 실제 이사하지 않은 채 주소만 바꾸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을 어기는 엄연한 범법 행위다. 위장전입 연령도 중·고생에서 초등학생으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편법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여전한 위장전입, 초등학교에서 ‘급증’=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3∼2015년 7월 위장전입 적발 통계’를 분석해 15일 공개했다. 이 기간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 적발건수는 1648건이었다. 매달 평균 53건이 적발될 만큼 빈번했다. 2013년 713건, 지난해 618건, 올해 7월까지 317건이다.
위장전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경기·인천이 1160건으로 70%를 차지했다. 서울 710건, 경기 385건, 대구 253건, 부산 80건, 인천 65건, 울산 42건 순으로 교육열이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많았다.
위장전입은 중학교에서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 급증하고 있다. 중학교가 906건(54.9%)으로 적발건수의 과반을 차지했다. 고교는 600건(36.4%), 초등학교 142건(8.6%)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는 2013년과 지난해 각각 41건, 40건이었다가 올해는 7월까지 61건으로 껑충 뛰었다.
◇‘좋은 학교 보내려고’→‘부자 친구 만들어주려고’=위장전입은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등 인맥 중시 풍토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인맥의 위력’을 직장생활 등에서 경험한 학부모들이 처벌과 비교육적 영향을 무릅쓰고 감행한다. 부유층 아이들과 인맥을 쌓게 해주려는 ‘욕심’도 작용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초등생 학부모 A씨(39·여)는 “직장이 경기도 부천이라 지하철 7호선으로 이동하기 편한 곳을 생각하고 있다. 학습 분위기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있는 집 아이들’과 관계를 맺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이 곳곳에 만들어져 강남 등 교육특구로 몰리는 현상은 다소 완화되는 상황이다. 단지 공부만을 위해서라면 강남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입 준비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 주목한다. 초등학교까지는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면 되지만 중학교부터는 다르다. 국제중 등 일부 수월성을 강조하는 학교들이 있지만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학부모들은 대입에 유리한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걸 대입 1차 관문으로 생각한다. 중학교 때 자녀가 진학할 대학의 수준이 판가름 난다고 여긴다. 위장전입이 중학교에서 가장 많은 이유로 보인다. 초등학교에서 위장전입이 늘어난 건 중학교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대입 수시모집 확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 등은 고교 1학년부터 관리가 필요하므로 고입 실패가 대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아이들은 뭘 배우나… ‘위장전입 치맛바람’ 여전
입력 2015-09-1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