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포항 지역 시·도의원 다수가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업체 경영에 관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과 밀접한 이들이 소유하거나 경영해 온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일부는 포스코를 상대로 100%의 매출 실적을 올리는 형태로 운영됐다. 검찰은 ‘포스코-협력업체-전 정권 실세’로 이어지는 정경유착 구조를 의심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인사와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미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15일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을 4차 소환해 변칙적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계속 추궁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재임시절 신설돼 일감을 수주한 업체, 그 이전부터 거래가 있었더라도 특정 시점에 수주 물량이 급증한 업체들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중이다.
◇‘그들’의 공통점=검찰은 포스코로부터 철강 폐기물을 공급받아 미니파레트(철제 운반대)를 생산하는 엠피이엔씨에 대해 특혜거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업체는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정책특보로 일한 공모(62)씨가 2013년 5월 인수해 운영 중이다. 지분 42.1%의 대주주인 공씨는 포항시의회 의장 출신이며, 2008∼2009년 엠피이엔씨 감사로 재직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엠피이엔씨는 자사 생산품의 100%를 포스코에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에 100% 판매를 보장받았던 티엠테크와 비슷한 사업구조다. 2011년 38억원대였던 엠피이엔씨의 매출액은 공씨가 인수한 이후 2013년 51억원대, 지난해 45억원대(3분기)로 상승했다.
공씨에 이어 전 정권 시절 포항시의회 의장을 지낸 최모(67)씨는 파이프 제조·수출업체 넥스틸의 경영에 참여했다. 동지상고 출신인 그는 등기상으로 2002년 3월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지역에서는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넥스틸을 대표해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업체는 원자재 75%를 포스코로부터 구매한 뒤 생산품 50%를 포스코그룹 소속인 대우인터내셔널에 판매하는 형태로 영업 중이다.
2006년 1000억원대 초반이던 넥스틸 매출액은 2007∼2008년 급증했고, 2011년 4000억원을 넘겼다. 두 사람은 부정한 자금거래 때문에 곤욕을 치렀었다. 공씨는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 명목으로 측근에게 51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최씨는 2005년 부지개발 인허가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각각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과연 경쟁 있었나=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이 소유한 티엠테크의 매출을 책임지던 포스코켐텍과 얽힌 지역 정치권 인사도 있다. 최씨에 이어 포항시의장을 역임한 이모(61)씨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포스렉(현 포스코켐텍)의 감사로 일했다. 포스코 출신인 이씨는 이 전 의원이 제19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자 의회 일정을 미루고 포항사무소를 찾아가 철회를 촉구했다. 둘은 새누리당 경북도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함께 일했다.
포스코켐텍은 포스코에서 70%를 구매해 포스코에 다시 70%를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2006년 25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1년 1조1000억원을 넘겼다. 전 정권 하에서 연간 순이익은 100억원대에서 910억원대로 뛰었다.
경상북도의회 의원 출신으로 이 전 의원의 정책특보를 2년간 지낸 김모(55)씨는 포스코 외주파트너회사인 대광산기에서 감사·이사로 근무했다. 이 업체 역시 특혜 의혹을 살피는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상태다. 포항시의원을 오래 지낸 한모(60)씨는 2010년 2월부터 전기공 사업을 하는 포스코 협력업체 성광의 대표이사로 있다. 한씨가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의 단장일 때 김씨는 포항축구협회장이었다.
정 전 회장 재임기간 급증한 협력업체는 포스코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적 협약 가능성을 볼 때 협력업체들의 독점 납품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충분한 경쟁이 없는 특혜라면 이슈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권오준(65) 포스코 회장은 협력업체 거래 관행을 100% 공개경쟁 체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기획] 지역 시·도의원 다수 포스코 계열사·협력업체 관여
입력 2015-09-16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