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은 ‘고착돔’?… 넥센, 내년부터 홈구장 활용 비용 부담 울상

입력 2015-09-16 02:38
야구인들이 그토록 바라던 꿈의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이 15일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내년부터 이곳을 사용할 넥센 히어로즈는 울고 싶은 심정이다. 고척돔이 아니라 구단 생존을 틀어쥘 ‘고착(固着)돔’이란 말까지 나온다.

넥센은 8년간의 목동시대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이를 넥센 구단 관계자는 ‘강제 이주’라고 표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야구협회와 목동구장을 2016년부터 ‘아마야구 전용구장’으로 활용키로 합의했다. 넥센은 발표 전날에야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서울시는 넥센에 ‘고척돔 이전’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연립주택에서 월세로 살다 최고급 아파트로 이사하는 격이다. 그곳에 가면 관리비를 낼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넥센은 목동구장을 일일 대관 형태로 써 왔다. 매년 40억원 정도를 서울시에 냈다. 돔구장으로 옮기면 2배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업이 없는 자립형 구단 넥센에게는 큰 부담이다. 현재 고척돔 운영권은 서울시설공단으로 넘어갔다. 서울시는 시설공단의 운영이 끝나는 2017년 이후 운영권 관련 우선협상을 넥센과 진행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넥센 구단 관계자는 “이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허울 좋은 이야기”라며 “프로야구 시즌인 3∼11월까지라도 광고권을 포함한 경기장 운영권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넥센이 고척돔을 사용하면 목동에 비해 비용은 늘겠지만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접근성도 구일역 서편 출구가 열리면 오목교역에서 목동구장까지 가는 것보다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고척돔 주변의 열악한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관중 증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가족 단위로 차량을 이용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은 만큼 한 번은 오더라도 다시 찾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애초 고척돔은 동대문운동장의 대체구장으로 구상됐다. 아마추어 전용구장이 목적이어서 규모나 교통, 주차시설 면에서 프로 경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처음엔 돔구장도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9년 고척돔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프로 팀을 위한 구장으로 용도도 바꿨다. 공사비도 급증했다. 야구인들은 “철학도, 비전도 없는 이런 식의 돔구장을 원한 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국내 최초 고척돔이 등장했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