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부실화 IMF때 버금”… 23곳이 부채비율 200% 초과 10곳은 이자 갚기도 벅차

입력 2015-09-16 02:50

재벌그룹 절반가량은 부채비율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그룹도 10개나 돼 부실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계열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반면 중견그룹은 부실해지는 현 상황이 재벌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경제개혁연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자산 5조원 이상 48개 재벌그룹(61개 중 공기업 및 금융그룹 등 제외) 가운데 23개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화·부영·효성그룹 등은 부채비율이 300∼400% 구간에 포함됐고, 한진·현대·금호·동부그룹 등은 부채비율이 400%를 훌쩍 넘었다.

이 중 10개 그룹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1 미만이면 이자비용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홍 의원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황이 2∼3년 지속되면 심각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으로 평가된다”며 “재벌 대기업의 부실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소수 대기업집단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과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범삼성·현대·SK·LG그룹(계열분리된 친족그룹 포함)의 자산총액 비중은 30대 재벌 자산총액의 68.5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최상위권 재벌은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조선업 등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