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게인 1997’?… 亞 외환위기 또 올까

입력 2015-09-16 02:41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아시아 신흥국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1997년 이 지역을 강타한 외환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당시와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응이 늦을 경우 이 지역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게인 97 아시아 외환위기?…일부 국가 통화가치 급락했지만 위기 재연 가능성은 낮게 평가=15일 해외 투자은행(IB)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연내 실시 움직임이 97년 외환위기 발발 직전과 유사하다.

먼저 94년 1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후 그해 2월 미국 금리인상 단행이 아시아 외환위기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취해진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산 저가품 판매 증가로 동남아 국가 경상수지 확대로 이어졌다. 또 미 금리인상은 대외 차입에 의존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유출 심화,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11일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했으며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중국발 쇼크에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4일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주식시장 등에 200억 링깃(약 5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 급증세도 외환위기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의 아시아 총부채는 96년 국내총생산(GDP)의 139%에서 97년 150%로 늘어났다. 2007년 GDP의 144%이던 부채 규모가 지난해 205%로 늘어 오히려 외환위기 직전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하지만 거시적인 부분을 종합해 보면 외환위기가 18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반적 평가다. 무디스 모건스탠리 등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대다수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 상태였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이 GDP 대비 평균 5%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상반된 환경으로 꼽았다.

무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부채의 내용을 주시했다. 무디스는 “97년 당시에는 미 달러화 표시 중심으로 외채가 늘어났지만 최근 아시아 신흥국의 자국통화표시 부채비중이 전체의 75%나 돼 외채위기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아시아 외환위기 때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기업의 외채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고자 환율 방어에 나선 것도 아니고 주식시장도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만큼 과대평가된 상태도 아니다”고 전했다.

◇저성장 지속은 우려스러운 점=하지만 해외 IB들은 “과도한 부채 조정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상시화되고 과잉투자에 따른 성장동력 위축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잉설비투자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무디스 등은 “아시아 외환위기 발발 전 중국으로의 제조업 이전이 급증해 동남아 지역이 과잉투자를 겪으며 위기 원인이 된 것처럼 최근 미국으로의 제조업 회귀가 중국의 설비과잉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