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수질 강화 ‘탁상행정’… 공무원 범죄 양산

입력 2015-09-16 02:31
환경부가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 기준을 대폭 강화한 이후 전국 지자체 환경담당 공무원들이 범법 행위를 하다 사법처리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갑자기 높아진 수질기준을 맞출 수 없게 되자 과태료 부과나 징계 조치를 피하기 위해 수질측정장치를 조작하다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 사이에선 “환경부의 탁상행정으로 애꿎은 환경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범법자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5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에 대해 질소(N) 인(P) 등 수질검사 기준을 강화했다. 게다가 수질기준을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및 담당자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심할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을 고발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발된 일부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과태료를 분담해 납부하거나 단체장 고발을 막기 위해 TMS(원격수질자동측정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TMS는 하수처리장에서 최종 방류되는 하수의 오염도를 자동 측정해 한국환경공단에 전송해주는 장치다.

부산지검은 최근 부산환경공단 산하 하수처리장 3곳에서 수십 차례 오염도를 조작한 혐의로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40여명을 징계토록 했다. 부산환경공단 직원들은 TMS 수치를 33차례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최근 전북과 충남지역 식수원인 용당댐 상류에 있는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TMS를 조작해오다 정부합동감사에 적발됐다. 이에 전북도와 충남도는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도청 내 관계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대전시 공무원들도 대덕산단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이 기준을 초과하자 수질기준 이내로 측정되도록 TMS를 조작해오다 적발됐다. 충남 보령, 전남 강진, 경남 의령, 경북 상주 하수처리장 등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도 환경부 감사에 적발됐다.

해당 공무원들은 “현실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수질기준 때문에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을 피하려다 범법자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도 “환경부가 수질관리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해 이런 문제점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질소 60㎎/ℓ, 인 8㎎/ℓ의 방류 기준을 적용해오다 녹조와 적조 등이 심해지자 지난해부터 질소 20㎎/ℓ, 인 2㎎/ℓ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연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수질관리를 위해 지난해 5월 18억원의 예산으로 ‘하수처리장의 고농도 질소 인 전처리 기술 실증화’ 용역을 발주했다”며 “용역 결과는 내년 4월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환경부 스스로도 하수처리장 수질기준 강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제만 강화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한편 부산시는 서병수 시장의 특별 지시로 하수처리장의 질소와 인 처리에 대한 자체 대책마련에 나섰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