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림 내 보전지역, 보호구역 안에서도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내용의 ‘산악관광진흥구역법’을 졸속으로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4일 관보에 입법예고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산악관광개발 때 이 법의 특례를 우선 적용하고 27개 법률상의 인허가 절차도 이 법률로 간소화하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의 산림관리·보호관련 법체계와 자연공원법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특별법 수준의 법을 만들면서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으니 얼마나 졸속인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산림청과 환경부는 부처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 법안에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상당 부분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이 14일 공개한 산림청의 ‘산악관광 관련 산지규제 합리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요존국유림·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백두대간보호지역 등 문화부가 ‘특례’로 개발 가능토록 한 보호지역들을 개발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감한 고산생태계를 지닌 산줄기의 연결망인 백두대간이 개발로 인해 단절되거나 훼손되면 훨씬 더 큰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적 기능까지 손상되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두 부처의 요구에 따라 자연공원, 백두대간보호지역 중 핵심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경관핵심보전구역 등을 이 법의 대상 구역에서 제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백두대간보호지역 완충구역, 요존국유림, 생태·경관완충보전구역 등은 ‘특례’ 개발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을 즐기는 방식을 더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은 한국인들의 여가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여러 가지 레저활동 관련 인프라도 더 늘려야 하겠다. 그렇지만 법정 보호구역과 국립공원도 정부가 보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정했고,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제도다. 보전의 취지를 살리면서 선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립공원을 보전 위주의 공원과 이용 위주의 공원으로 등급화해서 도시 근교의 자연공원에는 레저활동과 개발을 허용하는 등의 대안도 있다. 여론조사,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친 후 천천히 추진해도 결코 늦지 않다.
[사설] 산악관광진흥법 제대로 논의도 않고 밀어붙이나
입력 2015-09-16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