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무더기로 발송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것도 직무와 관련 있는 지역인사 1800여명에게 돌렸다니 어이없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조 구청장은 지난 12일 자녀 결혼식을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 시·구의원, 경찰관, 자영업자 등에게 청첩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이런 행위는 경조사 관련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는 ‘공무원이 친족이나 근무기관 직원이 아닌 직무 관련자들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센 비난이 일자 구청장 측은 “관내에 36년을 살아 지인이 많은 관계로 가족들이 직접 청첩장을 돌렸다. 모르는 사람에게 청첩장을 돌린 적은 없으며 청첩장에 구청장 직함은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일단 발송한 청첩장 수가 일반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나 있다. 그리고 구청장 직함을 넣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족들이 직접 돌렸다면 혼주가 구청장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을 것이다. 특히 관내 자영업자들은 ‘갑 중의 갑’인 구청장 측이 내미는 청첩장을 누가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이 정도면 청첩장은 ‘고지서’나 진배없다. 이는 우리 사회에 잔잔하게 퍼지고 있는 ‘작은 결혼식’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경조사를 둘러싼 공직자의 일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경조사 관련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긴 사례는 2013년 8명, 2014년 11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공직자의 경조사 관련 행동강령 준수’를 촉구하는 지침을 시달했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사실을 고위 공직자들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설] 구청장이 지역인사 1800여명에 청첩장 돌렸다니
입력 2015-09-16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