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국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해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탓이다. 북한은 14일 밤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5일에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여 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북한이 발사하는 것이 인공위성이라 해도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다. 핵실험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동일한 것이어서 발사체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대량살상무기로 변할 수 있어서다. 정부 당국자가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라고 한 것도,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무모한 모험이 실행에 옮겨질지 예단하긴 쉽지 않다. 정부도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이 2012년 4월과 12월에 ‘은하3호’를 발사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의 발사대를 증축한 것으로 미루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릴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보당국도 그동안 동창리 발사기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북한은 높이 50m의 기존 발사대를 67m로 높여 은하3호 2배 크기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가 불가피하다.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당장 8·25합의가 위태로워진다. 북의 도발은 8·25합의문에 명시된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천신만고 끝에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전망도 불투명해진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만큼은 남북 합의대로 진행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올해에는 남과 북이 반드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인도적 차원의 문제는 정치·군사적 문제와 상관없이 이어질 수 있는 제도 틀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남북 양측은 하루라도 빨리 당국회담을 열어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머뭇거릴 계제가 아니다. 북이 남북관계를 8·25합의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가장 큰 피해는 김정은 정권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설] 北 로켓·핵 위협으로 8·25합의 뒤엎을 생각말라
입력 2015-09-16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