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장암산, 날았노라 보았노라 황홀했노라,가을 패러글라이딩

입력 2015-09-17 02:16
동호회원들이 강원도 평창에 있는 장암산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멈추지 말고 뛰어요!”

짧은 외침에 앞으로 내달린다. 두세 걸음 정도 옮기나 싶었는데 뒤에서 강한 힘이 몸을 뒤로 잡아챈다. 캐노피(패러글라이더의 지붕)가 바람을 머금고 공중으로 치솟기 때문이다. 발걸음에 더욱 힘을 주어 뛰었더니 두 발이 허공에서 달리기한다. 그래도 달리는 동작을 멈추지 않고 이어간다. 몸은 공중에 깃털처럼 가볍게 두둥실 떠오르고 가슴엔 하얀 뭉게구름을 군데군데 품은 푸른 하늘이 안긴다.

두 팔을 가득 펼친 채 눈을 감고 귀를 연다. 잔잔한 바람소리만 들릴 뿐 하늘은 고요하다. 마음속엔 벅찬 감동이 차오른다. 눈을 뜬다. 발아래로 푸른 숲과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이 반긴다. 말발굽 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평창강이 절경이다. 평창읍내에는 성냥갑보다 작은 파란색 빨간색 등 색색의 지붕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멀리 어깨를 맞댄 산의 마루금은 눈동자에 그림으로 박힌다. 자연이 품속에 고요히 자리잡는다.

초가을 하늘을 바람이 되어 달리고 싶었다. 패러글라이딩이 안성맞춤이다. 경험 많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2인승 탠덤비행은 초보자도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준다. 강원도 평창의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을 찾았다. 간단한 교육을 받고 비행복과 헬멧을 챙겨 장암산(해발 836.3m) 패러글라이딩 활공장(740m)으로 향했다. 가을 비행을 위한 목적지다. 비행을 위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차로 20여분 이동했다. 7부 능선쯤 되는 곳의 땅을 정리해 편평하게 만들어놓은 200평 남짓한 활공장은 화장실과 풍향계 등을 갖추고 있었다. 몇 해 전 국제항공연맹이 주관하는 프리월드컵대회에서 100㎞ 이상 비행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비행복을 입고 하네스 등 장비를 갖춘 뒤 출발선에 섰다. 해발 340m 정도의 착륙장이 까마득히 보였다. 고도 400m를 10여분간 비행해 내려가는 것이다. 앞에 서 있는 탑승자 뒤로 전문조종사가 뒤에 장비를 연결했다.

“달리다가 멈추면 안됩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더라도 계속 뛰어야 해요. 착륙할 때도 발이 닿는 순간부터 뛰어야 합니다.” 조종사가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떨림은 극에 달하고 다리에 힘은 빠졌다. 심장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다. ‘두려움 없는 용기는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조종사의 지시에 따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낭떠러지를 향해 내달렸다. 지면에서 발을 떼고 몇 걸음 옮기는 순간 몸은 하네스에 안겨 ‘공중부양’됐다.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청량한 가을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묵은 스트레스도 한 순간에 사그라지고 ‘자연과 하나 된 듯한 물아일체’에 빠져들었다.

순간 조종사의 조종으로 패러글라이딩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짜릿한 재미를 더해주는 스파이럴 기술이다.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시간은 훌쩍 지나고 어느새 착륙할 시점이다. 착륙 방향을 잡자 서서히 땅과 가까워졌다.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또 한번 내달렸다. 안전하게 착륙했다. 하늘에서 맛보는 자유와 평온함은 경험한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딩(hang gliding)의 합성어로 중력을 거스르는 레포츠다. 1984년 프랑스의 등산가 장 마르크 브와뱅이 산에 오른 뒤 신속히 하산하기 위해 처음 고안한 것이다. 국내에는 1986년부터 스포츠로서 보급됐다.

최근에는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학생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특별한 경험이나 이색 데이트를 원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패러글라이딩 체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배우고 싶지만 비싼 장비 비용이 문제다. 풀세트 가격이 450만∼650만원선이다. 하지만 대부분 패러글라이딩 스쿨이나 동호회에서 장비를 대여해주기 때문에 시작부터 장비 구매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평창바위공원 인근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033-332-2625)은 탠덤비행 체험은 물론 고급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사계절 운영하지만 단풍과 황금빛 들판이 아름다운 가을이 최고의 비행타임이다. 비행을 마치면 증명서를 준다. 탑승자의 비행모습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나 동영상 촬영도 신청할 수 있다. 탠덤의 경우 인터넷 예약하면 8만원, 현장접수는 10만원.

단독비행을 하려면 2∼3일 정도의 기초과정을 마쳐야 한다. 기초과정은 45만원부터(장비대여가능), 프로과정은 50만원부터(개인장비구매후)이다. 평창활공장 외에 국내에는 문경활공장·하동활공장·단양활공장 등이 유명하다. 문경활공장에서는 세계대회가, 하동에서는 아시안컵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체험비용은 활공장마다 다르다.

평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