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만 하루 1만3000명… ‘통제불능’ 獨, 국경 일시폐쇄

입력 2015-09-15 03:53
독일-오스트리아 간 국경 통제를 단행한 독일 남부 프라일라싱에서 13일(현지시간) 경찰이 시리아 난민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독일 연방경찰은 수백명의 경찰 인력이 국경통제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봇물 터진 난민 유입에 유럽연합(EU) 내 최다 난민 수용국이자 교두보 역할을 자임하던 독일조차 결국 국경통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국경을 통제할 방침을 시사했다. 난민 분산 수용을 위해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각료회의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독일 빌트 등 현지 언론은 13일 독일-오스트리아 간 국경 통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3시간 동안 독일로 향하는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열차 운행은 14일 오전 6시쯤 재개됐다. 오스트리아 총리실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국경통제와 관련해 사전 교감을 나눴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임시 국경통제 조치는 현재 독일로 쏟아지는 난민의 무분별한 유입을 제한하고 질서정연한 절차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와 철도로 맞닿은 관문도시 뮌헨에는 12일 하루에만 1만3000여명의 난민이 유입됐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대연정 소수당인 사회민주당(SPD)의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올해 독일에 난민 80만명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100만명이 유입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벨기에의 테오 프랑켄 이민장관도 “우리도 독일과 유사한 조치를 지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법무부 대변인도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EU 각국이 난민 문제 해결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논의를 선도해 온 독일이 일시적이나마 최전선에서 이탈했다는 점이다. 독일은 자국의 인도적 조치를 모범 삼아 회원국 전체에 난민 수용 확대를 강요해 왔다. 갑작스러운 통제 조치로 역내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독일조차 급증하는 난민 유입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그간 난색을 표해온 동유럽 국가들과 영국 등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14일 EU가 추진하고 있는 난민 의무 할당제 도입에 저항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난민들의 죽음은 유럽의 이주 시스템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를 악화시킨 것은 솅겐조약(EU 국가 간 국경개방 조약)”이라면서 “영국은 이 조약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995년 발효된 솅겐조약은 22개 EU 회원국을 포함해 노르웨이 스위스 등 26개국이 속해 있지만 영연방 국가들은 가입하지 않았다.

유럽위원회(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독일의 조치는 (각국이) EC가 제안한 난민위기 해결책에 동의해야 할 긴박한 상황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난민 수용에 격렬히 저항해 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즉각 “독일의 조치를 이해하며 그리스 쪽 국경 역시 보호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벌써부터 반대 논거로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특히 이날 국경의 경찰관들에게 “불법 월경이 더는 경범죄가 아니며 징역형에 처하는 중범죄가 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이 15일 자정부터 발효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3일 그리스 해안에서는 난민 130여명이 탄 난민선이 에게해에서 전복돼 최소 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그리스 뉴스통신 ANA가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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