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애벗(58) 호주 총리가 14일 국정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소속된 집권 자유당이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54대 44로 패해 총리직에서 축출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신 투표에서 승리한 같은 당 말콤 턴불(60) 통신장관이 신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호주 연립정부를 이끄는 보수 성향의 자유당은 이날 수도 캔버라에서 이뤄진 당 대표 선거에서 턴불 장관이 애벗 총리를 10표 차이로 눌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턴불 장관은 제29대 호주 총리에 오르게 됐다. 애벗 총리는 2013년 총선에서 야당연합을 승리로 이끈 뒤 총리가 됐었다. 투표가 끝난 뒤 애벗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당을 빠져나갔으며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면 턴불 장관은 “애벗 총리는 호주가 필요한 경제적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벗 총리의 강력한 당내 경쟁자로 꼽히던 턴불 장관은 이날 통신장관직을 사임하고 나서 당 대표 선출 투표를 요구, 애벗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09년 당내 경선에서 애벗 총리에게 1표차로 석패해 그동안 차기 총리 1순위 후보로 꼽혀 왔다. 법률가이자 전직 은행가 출신의 자수성가형 백만장자인 턴불 장관은 강경 보수 색채를 띤 애벗과 달리 중도온건파로 분류된다. 호주가 영국연방에서 독립해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탄소오염세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애벗 총리는 그동안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지만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는 호주인 수십 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 MH-370편의 인도양 상공 실종(2014년 3월)과 MH-17편의 우크라이나 상공 격추(2014년 7월) 사건에 이어 시드니 카페 인질극(2014년 12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여파로 애벗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 연립당은 지난해 11월 빅토리아주, 지난 1월 퀸즐랜드주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하는 등 민심도 그에게 이미 등을 돌렸었다. 특히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서 주요 상품 수출국인 호주의 경제가 곤두박질친 것도 그의 몰락을 재촉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애벗 전격 축출 ‘턴불 시대’ 열어… 호주 총리 교체
입력 2015-09-15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