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14일 역사적인 제100회 총회의 막을 올렸다. 예장백석과 대신은 이날 통합총회를 열어 교단 통합을 마무리 짓고, 국내 3대 교단으로 발돋움했다.
◇예장백석·대신 통합총회=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과 대신(총회장 전광훈 목사)은 이날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 1층 그랜드볼룸에서 통합총회를 개최했다. 양 교단이 통합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통합총회의 이름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으로 결정했고, 통합총회장에는 장종현 목사를 추대했다. 또 이종승 유충국 이주훈 박근상 목사를 각각 제1·2·3·4부총회장에 추대했다.
이번 통합으로 양 교단은 7000여 교회를 둔 한국교회 제3의 대형교단으로 거듭났다. 양 교단의 서기는 이날 참석한 총회 대의원은 모두 1330명이라고 밝혔다.
양 교단은 통합선언문에서 “한국기독교선교 130년과 광복 70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에 우리의 통합이 작은 밀알이 되어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가 분열을 마감하고 새로운 연합과 일치의 역사를 시작하는 원년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축사에서 “통합총회를 축하드린다”며 “분열의 역사를 딛고 대통합을 이룬 백석과 대신 교단이 미래지향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무궁하게 발전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통합총회는 임원회와 전권위원회가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총회회관 건립, 기독교연합신문사 총회 직영의 건 등 10여개 헌의안을 처리하기로 결의했다. 통합총회는 ‘믿음으로 하나 되어 사랑하는 총회’(창 2:24∼25)를 주제로 15일까지 열린다.
예장대신은 이날 통합총회에 앞서 라비돌리조트 2층 메이플룸에서 제50회 총회를 열고 통합과 관련한 안건을 처리한 뒤 통합총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대신개혁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총회장 밖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통합총회는 원인무효”라며 교단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경기도 광명 함께하는교회에서 ‘예장대신 제50회 총회’를 별도로 개최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징계 받은 총대들의 회복과 수습전권위원회 선임, 각 기관의 보고 등을 진행했다. 총회장에 박종근(모자이크교회) 목사, 부총회장에 양치호(인천성광교회) 목사를 각각 추대했다.
◇예장합동=대구 동구 안심로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에서 열린 제100회 총회에서 박무용(66) 대구 황금교회 목사를 총회장으로 추대하고, 김선규(68) 성현교회 목사를 목사부총회장으로 선출했다.
개회예배와 성찬식 이후 오후 7시30분 속회된 임원선거에서 총대들은 기립박수를 통해 박 목사를 총회장에 추대했다. 박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총회세계선교회(GMS) 이사장, 총회 서기 등을 역임했으며 제99회 총회 목사부총회장을 지냈다.
목사부총회장 선거에서는 장대영(수도중앙교회) 목사가 피선거권 박탈로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당초 예정됐던 제비뽑기 없이 김종준(꽃동산교회) 목사와 김선규 목사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김선규 목사가 930표를 얻어 516표에 그친 김종준 목사를 제치고 신임 목사부총회장에 당선됐다. 김선규 목사는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총회 서기, 총회세계선교회(GMS) 이사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김 목사는 농어촌 미자립교회 지원과 교단의 정통 신학 재정립을 줄곧 강조해왔다.
네 명의 후보가 나선 부서기 선거에서는 제비뽑기로 선발된 서현수 목사와 윤익세 목사를 놓고 투표한 결과 서 목사가 927표를 얻어 신임 부서기에 선출됐다. 장로부총회장에는 신신우 장로, 서기에는 이승희 목사, 회록서기에는 김동관 목사, 회계에는 이춘만 장로가 각각 당선됐다.
반야월교회 입구에서는 총대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플래카드와 피켓 시위대가 등장하는 등 소란스러웠다. 제자교회 정삼지 목사를 지지하는 성도 130여명은 “제자교회의 노회소속은 중립입니다”를 외치며 노회 분립 움직임을 비판했다.
총회인준 지방신학교 신대원생들은 총회신학원 수료학비가 과다하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지난 7일 ‘총회신학원 수료학비 하향 조정의 건’에 대해 6주 수업에 225만원인 현행안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성추행 논란을 빚었던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대도 총회장 입구를 지켰다.
예장합동은 18일까지 ‘총신대에 대한 총회의 감독권 강화’ ‘이단 논란 단체에 대한 대응’ ‘목회자 윤리 지침 마련’ ‘교회 세습 방지법’ ‘동성애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처리할 예정이다.
◇예장통합=충북 청주 상당교회(정삼수 목사)에서 제100회 총회를 개막했다. 총회에는 전국 65개 노회의 목사 및 장로 총대 1460명이 참석했다.
나흘간의 회무 일정 중 첫 순서로 치러진 임원선거에서 목사부총회장에는 이성희 서울 연동교회 목사가 당선됐다. 이 목사는 총 146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200표를 얻어 당선됐다. 경합을 벌인 문원순 서울 승리교회 목사는 260표를 얻었다.
이 목사는 “기독교 진리를 수호하고 교회의 권리를 지키는 데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다”며 “겸손하게 무릎 꿇고 잘 섬기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 목사는 정회 시간에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새 임원이 발표됐다. 서기 최영업 목사, 부서기 박노택 목사, 회록서기 김순미 장로, 부회록서기 김의식 목사, 회계 이종만 장로, 부회계 신용식 장로가 각각 임명됐다.
총회장은 목사부총회장 채영남(광주 본향교회) 목사가 승계했다. 개회예배 설교를 맡은 채 목사는 총회 주제인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를 제목으로 “다양한 갈등이 교회에 발생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을 통해 화해를 명령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100년은 또 다른 도전과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서로 용서를 구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믿음의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15일부터는 총회연금재단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등 쟁점 사안들이 집중 논의된다. 총회연금재단은 최근 모 업체에 대한 투자 적절성을 둘러싸고 구설수에 올라있다. 이대위는 ‘레마선교회 이명범씨를 이단에서 해지해 달라’고 청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예장통합은 제98·99회 총회에 이어 올해 총회도 녹색총회로 진행한다. 회의 인쇄물은 가능한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티백이나 인스턴트커피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장=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서재일 목사)에서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는 주제로 제100회 총회의 막을 올렸다. 기장은 100회 총회를 기념해 모든 예배와 행사를 ‘광야’라는 콘셉트에 맞춰 진행했다. 개회예배는 ‘언약궤 의례’를 시작으로 경건하게 열렸다. 25개 노회장이 하나님의 뜻을 상징하는 낱말 조각을 언약궤에 붙이고 교단의 주요 문서를 언약궤 안에 넣으며 기장 교단의 정체성과 신앙을 되짚었다.
총회장 황용대 목사는 ‘기억하는가? 기장의 발걸음을!’이란 설교에서 “구약의 이스라엘 민족들은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잃으면서 타락하기 시작했고, 신약에서 예수님의 성만찬을 통해 예수를 통한 새 세계를 약속받았다”며 “이번 총회는 기억을 강조하며 기장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인하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단의 뿌리와 공교회적인 에큐메니컬 국제협력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표창 예식을 진행했다. 고인이 됐지만 신앙의 모범을 보였던 신앙의 선조 7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대상자는 프레데릭 S 밀러 목사, 윌리엄 스코트 목사, 장공 김재준 목사, 만우 송창근 목사, 늦봄 문익환 목사, 장준하 선생, 이우정 장로 등이다. 고인들을 대신해 이들의 기념사업회 관계자 등이 수상했다. 그동안 기장과 활발히 교류해온 미국그리스도교연합교회, 미국제자교회, 캐나다연합교회, 독일 개신교선교연대에도 표창을 수여했다.
이들은 교회 앞마당에서 ‘광야의 식탁’ 의례를 진행하면서 만나와 메추라기 대신 주먹밥과 물로 식사를 나눴다. 교단 총회장 선출 및 주요 헌의안 의결은 15일부터 진행된다.
화성·원주·청주·대구=유영대 김나래 이용상 최기영 기자
[2015 교단 총회 개막] 예장백석-대신 통합… ‘제3 대형교단’ 예장대신 탄생
입력 2015-09-1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