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내홍] 文, 安에 공개편지 “혁신 거부하면 초가삼간 태우는 격”

입력 2015-09-15 03:5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당대표실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문 대표는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동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분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14일 지도부 회의에 불참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중앙위원회 개최와 재신임 투표 실시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류 진영은 혁신안 사수에 나섰지만 비주류 진영은 혁신안 통과를 위해 16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 연기를 요청했다. 중앙위가 열려도 당 내분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문 대표는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보다 다소 늦게 국회에 도착했지만 회의실이 아닌 대표실로 갔다. 연일 공세 중인 비주류 진영에 맞서 사실상 최고위를 ‘보이콧’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중앙위 개최를 둘러싸고 비주류 진영의 공세가 계속되는 데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대해 ‘유신 발언’으로 비판한 것도 회의 불참 배경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이라는 글에서 “혁신위나 당 대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며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안 전 대표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서도 “저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방안이 무엇입니까”라며 “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주류·비주류 간 불협화음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향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리더의 덕목”이라며 “국감과 정기국회를 포기하고 당내 문제로 갈등을 하면 총선에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주류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내 갈등과 혼란이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다면 조속히 끝내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를 지지했다.

중앙위를 앞두고 세 대결도 전면전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과 김경수 경남도당 위원장 등 7개 지역 시·도당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혁신위가 제안하고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혁신안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에서는 중앙위 개최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도 중앙위를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8일 이후로 연기하자고 요구했다. 민집모는 문 대표가 중앙위를 강행할 경우 무기명 투표를 요구하고, 무기명 투표가 거부되면 투표 참여도 재고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해 민심과 당심이 엇갈리는 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1∼1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 일반국민 중 47.0%는 문 대표의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했고,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1.9%에 그쳤다. 반면에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에서는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61.8%에 달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28.3%)을 압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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