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급 군 수뇌부 8명 가운데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한 7명이 교체된 이번 군 인사의 키워드는 ‘파격을 통한 군 개혁’이라고 할 만하다. 그간 군에서 크고 작은 물의를 일으키거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던 인물들은 모두 승진에서 탈락했다.
◇‘육사 독식·기수 존중은 없다’=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간 육사 출신이 독식해온 합참의장 자리에 3사관학교 출신을 내정했다는 점이다. 능력은 있지만 육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3사 출신을 비롯한 소수 출신들도 군 수뇌부 진출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 셈이다.
육군은 육사와 3사, 학군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육사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져 다른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복무의욕이 저하돼 왔다. 이번 인사에서 국방부가 “복무의욕과 사기를 진작해 군심 결집과 군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순진 합참의장 내정자에 대해서 “전군의 군심을 결집하면서 군 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했다.
해군참모총장으로서 처음 합참의장 자리에 올랐던 최윤희 현 의장이 무난하게 의장직을 수행한 것도 이번 파격인사 단행에 보탬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육군 출신이 아니면 힘들 것이라는 초기의 불안한 시각에도 최 의장은 대과 없이 2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대장급 가운데 유일한 TK(대구경북) 출신이고,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년 선배(대구고)라는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또 이 내정자가 군 최고수장으로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발휘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합참 경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합참의장은 군의 합동작전을 진두지휘해야 해 작전분야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 내정자의 합참 경험은 민군심리전부장이 전부다. 현 최 의장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발탁 배경이었다. 해군 작전에 정통한 의장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기수별로 총장을 물려주던 관행에도 쐐기를 박았다. 공군참모총장은 공사 29기 선배 2명을 제치고 30기인 정경두 합참전략본부장이 차지했다. 최차규 현 참모총장은 임기가 6개월 남아 있지만 교체됐고 작전사령관과 공군사관학교장을 맡고 있는 29기 중장들도 탈락했다.
◇잡음 인사 배제·호남 소외=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군내에서 잡음이 있던 사람들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공군참모총장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던 29기의 두 중장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4일 “능력이 출중해도 군 화합에 부담을 주는 인물은 배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임 군 수뇌부 출신지역은 충남 3명, 서울 2명, 대구와 경남이 각각 1명이다. 호남 출신은 없다. 이번 인사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관이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군 인사가 단행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軍 수뇌부 물갈이] 3사 등 ‘소수 출신’에 희망… 軍체질 개선 극약 처방
입력 2015-09-15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