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노사정 대타협’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타협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대타협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요건에 관한 지침을 만들자는 정부의 요구를 받긴 했지만 ‘노사와 협의키로’ 한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줄다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타협 내용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강경파 등과의 갈등을 조율해가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집을 열어 ‘노사정 대타협 안건’ 논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회의는 시작부터 지도부의 대타협안을 성토하는 강경파 조합원들로 인해 진통을 겪었다. 특히 회의 시작 1시간여쯤 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갑자기 단상으로 뛰어나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면서 회의 자체가 파행 위기에 이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치며 김동만 위원장 쪽으로 다가갔고 이 과정에서 옆에 있던 한국노총 간부가 급히 소화기를 뿌려 분신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하얀 가루로 뿌옇게 휩싸여 1시간가량 정회됐다. 이어 4시30분쯤 재개된 회의는 2시간이 넘는 난상토론 끝에 표결로 안건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내용이 미흡한 측면이 많긴 하지만 청년 일자리와 비정규직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에 대해 노동계가 큰 그림을 가지고 노사정에서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중집 위원들을 거듭 설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 한노총은 많은 갈등과 고민을 했다”면서 “그간 집행부가 명쾌하게 이런 부분들을 지도력으로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정말 송구하다”며 사실상 사과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을)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한 만큼 노동자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노동 현장에 조그마한 손해라도 끼친다면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안은 통과됐지만 한국노총은 이번 사태로 깊은 상처를 안게 됐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총 지도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은 셈”이라면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이룬 대타협의 수준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입장차도 여전하다.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반면 한국노총은 ‘노사정 의견 접근안을 승인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쟁점 사항에 대해 의견이 접근됐지만 대타협이 완료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도 이날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관한 노사정 타협안이 ‘야합’이라고 비판,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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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5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