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이후] “근로시간 단축 등 숨은 타협안도 의미”

입력 2015-09-15 02:19

노동 구조개혁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 한 것보다 낫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국민일보가 14일 7명의 노동 관련 전문가들에게 대타협안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5점 만점에 2.8점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이슈 외에도 근로시간 단축 등 ‘숨겨진’ 타협안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엇갈리는 총평=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수준으로 비춰봤을 때 이번 합의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면서 “노사정위라는 틀 내에서 문제를 풀어낸 것은 외환위기 이래 최초”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양측 모두 절차적 동의를 얻었다는 명분만 얻어간 것”이라며 “‘앞으로 충실히 협의하자’고 합의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급하게 몰아붙였다”고 아쉬워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노조가 어느 정도 양보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의라는 것은 강제성이 없다”며 “노·정이 어떻게 협의 절차를 진행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숨겨진 의미 있는 합의 많다=권 교수는 가장 중요한 합의 내용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들었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항목이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원청·하청 협력기금을 만든다는 부분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고용보험 혜택을 늘린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정부가 아닌 노사가 자금을 댄다는 면에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례가 먼저 나오면 사용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등 노동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도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는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합의한 것으로 앞으로 합의할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고려대 김 교수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이슈화하려는 노력이 노·정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이번 협의에서 공익 전문가그룹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서윤경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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