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청소년 흡연을 예방하기 위해 ‘본격금연권장만화’라는 웹툰을 제작, 금연 캠페인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이 즐겨 보고 청소년이 주인공인 인기 웹툰에선 흡연 장면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웹툰에서 담배는 학생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구로 미화되기도 한다. 2002년부터 TV 프로그램에서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출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그린 포털 사이트 다음 웹툰 ‘시동’의 주인공 고택일은 한 회에서만 서너 차례씩 담배를 피운다. 놀이터 정글짐에 앉아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버스터미널 입구에서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인다. 만취해 어머니에게 술주정하는 모습이나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도 강렬한 컷으로 그려진다.
‘얼짱’ 출신으로 유명한 박태준 작가의 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도 고등학생들의 일탈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뿌연 담배연기로 뒤덮인 음식점에선 술잔이 오가고 욕설이 난무한다. 노출 심한 의상을 입고 몸매가 도드라진 여성 캐릭터도 등장한다.
전선욱 작가의 ‘프리드로우’에선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할 때 어김없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교복을 입고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다음 회차가 발표되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만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다.
웹툰의 흡연·음주 장면 노출은 마땅한 제재 규정이 없다. 청소년 사이에서 웹툰이 갖는 인기와 파급력을 고려하면 흡연 장면이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14일 “TV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규정을 가진 것과 달리 웹툰은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작가의 창작 권리와도 관련있어 특정 장면만 시정 요구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방송의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45조 4항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흡연·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방통심의위는 2012년 한국만화가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웹툰 수위를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을 폭력·선정성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이다. 웹툰에 대한 시정 요구가 접수되면 일단 한국만화가협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시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만 전체적인 줄거리와 표현 수위 등을 고려해 청소년보호법에 준해 조치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작가들의 자발적인 수위 조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기획] 인기 웹툰 속 청소년들 ‘뻐끔뻐끔’… 정부 웹툰 이용 금연 만화 무색
입력 2015-09-15 02:05 수정 2015-09-15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