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14일 단행된 군 수뇌부 인사는 대대적인 군 혁신을 주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의장에 사상 처음 3사관학교 출신이 내정됐고, 공군참모총장은 기수를 추월하는 ‘파격’이 행해졌다. 참모총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제1군사령관, 제3군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등 육군 최고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는 ‘쇄신’도 단행됐다.
합참의장에 내정된 이순진(61·대장) 제2작전사령관은 3사 출신으로, 2013년 첫 해군참모총장 출신 합참의장이 배출된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인사다.
육군참모총장에는 장준규(58·육사36기·대장) 제1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에는 김현집(58·육사36기·대장) 제3군사령관이 내정됐다. 제1군사령관에는 김영식(57·육사37기) 육군항공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에는 박찬주(57·육사37기) 육군참모차장, 제3군사령관에는 엄기학(58·육사37기) 합참 작전본부장이 각각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해 내정됐다. 육군 최고 수뇌부를 한꺼번에 ‘물갈이’한 것은 근본적인 군 쇄신을 추진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공사 30기 출신인 정경두(55)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이 대장으로 진급해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된 것 역시 ‘기수파괴 파격’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대폭의 군 인사를 단행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넘긴 현 시점에서 근본적인 군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군은 국가안전과 국민생명을 책임지는 본연의 임무와 동떨어진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지난해 전방부대 일반전초(GOP) 총기 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는 예비군 훈련장 총기발사 사건이 터지는 등 난맥상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고질적인 방산비리는 군 내부 ‘패거리문화’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자행돼 온 폐쇄적인 인사 관행이 부정부패를 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 사건에서도 군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군 기밀이 여과 없이 외부에 노출되고, ‘남북 8·25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작전계획 5015’ 등 주요 기밀이 새어나갔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군의 난맥상은 기존 인사 관행을 우선 타파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능력에 기반을 둔 공정한 인사를 통해 부정부패 고리를 끊고 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사건 중심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절친한 다수의 육사 동기(37기)들이 이번 인사에서 탈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이슈분석] 軍 바로세우기 ‘깜짝 물갈이’… 軍 수뇌부 8명 중 7명 전격 교체
입력 2015-09-15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