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최승욱] 막말에 감정싸움… 신뢰·품위 다 잃은 새정치

입력 2015-09-15 02:29

제1야당이 품위를 상실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결정을 ‘유신’에 비유하더니 핵심 당직자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이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당의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지도자급 인사들이 설전(舌戰)을 벌이자 당내에서는 “우리 당 막말에 이제 금도가 없어졌다”는 자조가 나온다.

발단은 이 원내대표가 13일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로, 진보세력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 인사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나 유신에 대한 비유는 실수로라도 해서는 안 되는 금기(禁忌)다.

그러자 최 총무본부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종걸 의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14일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에 대해 ‘거짓 사과’라고 평가한 뒤 “원내대표 재신임을 묻겠다”며 의원총회 소집 추진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의 사과로 진정되는 듯했던 지도부 내 ‘감정싸움’에 최 총무본부장이 다시 기름을 들이붓는 모양새다.

마음의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측근들에게 “당 대표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분위기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진의가 잘못 전달된 데 대해 공식석상에서 충분히 사과했다”며 “최 총무본부장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싶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과 김경협 의원의 ‘비노(비노무현) 세작’ 발언에 이어 지도부까지 설전에 가세하면서 당내에선 “갈 데까지 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재선 의원도 “지도부부터 품위를 되찾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끼리 서로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는 건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정치부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