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죽는 시늉하더니… 훨훨 나는 제2금융권

입력 2015-09-15 02:57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고금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금리인하 요구에 이들 업계는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일본계와 대부업계를 중심으로 광고비 지출을 늘려왔고, 대부업체는 그간 세 차례 상한금리 인하에도 순익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79개 저축은행은 광고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3년 325억원에서 지난해 778억원, 올 상반기에만 538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일본계인 SBI와 JT친애저축은행과 대부업 계열인 웰컴저축은행, 일본 대부업계열인 OK저축은행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금리 수준은 대부업 못지않다. 지난 7월 말 현재 저축은행 평균 금리는 연 28.6%에 달한다. 신용등급별 금리차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3% 내외, 일반신용대출은 연 4∼6% 수준이다.

대부업체는 최근 정부가 법정 상한금리를 낮추자 역마진이 유발된다며 반발했지만, 앞선 3차례 상한금리 인하에도 대형 대부업체 순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국회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상위 20개 대부업체 순이익은 지난해 5095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3175억원보다 1.6배 늘었다. 그동안 대부업 상한금리는 연 49%에서 2010년 44%, 2011년 39%, 지난해 34.9%로 낮아졌다. 정부는 내년에 이를 연 29.9%로 낮추는 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김영환 의원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29.9%보다 더 낮출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의원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낮추면서 저축은행 금리와 5∼7% 포인트 정도 차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광고비 등 금리인하 요인을 따져 대부업 금리인하 여력을 5% 포인트로 판단했다”며 “금리를 더 낮춘다면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여력이 없는 곳이 지하로 숨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